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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영혼에 본보기를

에바 마법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너는 네로를 가족처럼 생각하게 되어버렸어. 하지만 조직을 배신했으니, 총재인 네가 제재를 가해야지. 에바의 이야기는 타당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용서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배신자나 규율을 흩트린 자에게 너무 관대해지면 조직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득이 있으면 관대함을 보일 때도 있지만, 정에 이끌려 용서하지는 않았다. 거친 녀석이 모인 곳에서는 엄격한 제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에바 브래들리. 너는 스스로의 규율로 살아왔어. 앞으로도 그렇겠지. 북쪽의 삶을 버릴 수 없다면 너는 너의 영혼에 본보기를 보여야 해. 영혼에 본보기가 없다면 언젠가 모순이 생겨날 거야. 모순은 네 영혼을 부패시킬 거야. 에바는 훈계하듯이 내 볼을 만졌다. 어렸을 때처..

9화 집착인가, 긍지인가

브래들리 매도하지 마. 휘파람 불고 싶어지잖아. 에바 변명은 그것뿐? 에바가 다리를 꼰다. 발끝에 차일 것 같아져서 나는 상체를 피했다. 발목을 붙잡으려고 하자, 곡예 같은 속도로 내 발밑 쪽으로 물러선다. 나는 아래쪽을 보며 말했다. 브래들리 못 들었냐? 감옥에 들어간 다음,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받았어. 내려다보는 것을 싫어하는 에바는 곧바로 눈높이까지 날아왔다. 에바 현자의 마법사로? 브래들리 그래. 에바는 턱을 당기며 핥듯이 나를 빤히 관찰했다.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고개를 기울인다. 에바 왜 달을 요격하지 못했지? 이 세계의 이변은 네가 꾸민 짓인가? 브래들리 내가 꾸며? 에바 감옥을 부수기 위해 꾸민 건가 해서. 도련님은 나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아이였잖아. 에바의 상태를 살피며 나..

8화 현자의 마음

하지만 암컷도 수컷도 없이, 자손을 남기고 싶은 녀석이 남기면 되고, 식사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일에 의문을 향해보면, 이 또한 재밌다. 감옥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서 심심풀이로 생각하게 됐다. 을 요격하는 시스템. 이계에서 오는 현자의 존재……. 현자란 무엇이지?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오즈가 얌전히 현자의 말을 듣는 건 같은 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거다. 현자의 존재에는 뭔가 의미가 있다. 현자는 힘을 갖지 않는다. 의 상처를 회복할 힘은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은 상처의 수복, 새로운 마법사 소환, 그 이외의 힘을 보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마법사를 이끄는 현자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신기한 힘이 아니다. 현자..

7화 브래들리의 서

브래들리 …………. 에……. 에……. 엣……. 스노우 꺄ー! 브래들리 쨩! 화이트 재채기 할 것 같아! 위험해ー! 브래들리 …………. 후우……. 달아났다. 스노우 호호호. 다행이구나! 화이트 호호호. 치료를 계속해주마. 브래들리 칫……. 필요 없어! 이 정도는 혼자서 고칠 수 있어. 스노우 정말이지, 미스라에게 덤비다니, 그대는 목숨 아까운 줄을 모르는구나. 화이트 덕분에 미스라는 어딘가로 가버렸네. 오웬 쨩도 보이지 않고……. 브래들리 딱히 상관없잖아. 우리끼리도 충분히 어떻게든 될 것 같은 임무야. 새하얀 평원에서 바람이 불어간다. 피부를 잘라내는 듯한 야만적이고 호전적인 얼어붙은 공기가 최고였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돌아왔다. 그렇게 느껴진다. 아무리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북쪽의 대지의 기..

6화 예상조차 하지 않은 이름

아이작 네. 피가로 브래들리라니, 죽음의 도적단 브래들리? 면식이 있었던 건가. 아이작 네. 놀라는 척했지만, 의외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브래들리도 아이작도 북쪽 국가 출신이고, 서로 오래 살았다. 피가로 무슨 사이였어? 아이작 어떤 사이 같은 건 아니었어요. 꽤 예전에 도적단에 들어가고 싶어서 접근했어요. 피가로 헤에. 그래서? 아이작 전 사양이라고. ……떠올리니까 짜증나요. 피가로 왜 거절당한 거야? 아이작 자기 생각만 하니까. 피가로 (확실히 아이작은 자기 본위에, 타인을 배려하는 시야가 결여되어 있으니까) (그가 아무리 강해도 집단 행동에서 유능하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야) (그럼, 그 자는 처음부터 조직 생활에 어울리는 마법사들을 모으고 있었던 건가……) (일찌감치 브래들리의 목덜미를 잡아두길 잘..

5화 분열의 조짐

피가로 본인을 감옥 안에 넣어두면 인간들은 자신들의 사회가 나쁜 마법사를 관리할 수 있다며 안심할 거예요. 스노우, 화이트 명안이로구나! 피가로 그렇죠. 스노우, 화이트 (……허나 이 녀석, 오즈에게 정이 있으니 죽일 수 없다고는 한 마디도 안 하는구나……) 피가로 (이 사람들, 오즈에게 정이 있으니 죽이지 말라고는 한 마디도 안 하네……) 스노우, 피가로, 화이트 (이래서 안 따르는 거지……) 스노우 브래들리를 생포한다라……. 숨통을 끊어도 된다면 몰라도, 좀처럼 고생인 일이구나. 화이트 잘 되겠는가. 그 녀석은 부하들을 잘 쓰니. 피가로 두 분 다 성급하시니까요. 죽이지 마세요. 스노우 생포하기 위한 방도는 있는가? 피가로 네. 옛날이었다면 어려웠겠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화이트 호..

4화 선한 마법사가 사냥하는 것은

루틸 미틸, 간판을 만들자! 어떤 간판이 좋을 것 같아? 미틸 별로……. 형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면 되지 않나요? 레녹스 어디에 둘까? 미틸 음……. 저 근처라던가……. 레녹스 잘 모르겠네. 이쪽으로 와줘. 미틸 …………. 루틸 이리 와, 미틸! 미틸 여기! 여기는 어떤가요? 레녹스 좋네. 지나가면서도 눈에 띌 거야. 그럼 루틸, 부탁할게. 루틸 네! 《오르토닉 ・ 세토마오제》 미틸 와아……, 근사한 간판이에요! 레녹스 응. 거리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아. 루틸 감사합니다! 부디 이곳이 마법사와 인간이 친구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피가로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오오, 피가로인가. 화이트 피가로야. 오랜만이로구나. 오즈와는 만나고 있는가? 피가로 아니요. 저도 ..

3회 어떠한 답을 골라도

루틸 ……하지만, 어머님의 장례식이 떠올라……. 미틸 …………. 루틸 장례식에 참석한 건 어머님 때가 처음이 아니었어. 베스 할머니, 알지? 미틸 네……. 루틸 베스 할머니의 어머니나 셰인 아저씨의 아내분의 장례식에 아버님과 어머님과 함께 참석했었어. 돌아가신 분은 관에 잠들어 있었고, 우리는 꽃을 가져가서 한 송이씩 관 속에 바쳤어. 다들 예쁜 꽃 속에서 편안히 눈을 감고 있어서……. 조용한 낙원에 있는 것 같았어. 그런 작별을 했어. 미틸 ……아버님 때처럼요? 루틸 응……. 굉장히 슬프지만, 감사함과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어. 어머님 때는 유해가 없었으니까, 어머님의 마나석을 관에 넣었어. 관 속의 마나석을 어루만지며 아버님이 우시던 모습이 선명해. 인간이었다면 아직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있었을 텐..

2화 우리의 방법

미틸 …………. 미스라 하? 아니에요. 완전히 달라요. 뭐가 다른지는 잘 말할 수 없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루틸 ……미스라 씨……. 마나석을 먹는 문화가 있다는 건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미스라 씨의 생각을 부정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미스라 씨에게 그만해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이해해주세요. 저는 할 수 없어요. 미스라 씨의 마음은 굉장히 기쁘지만, 저희는 그걸 먹을 수 없어요. 미스라 ……의미를 모르겠어요……. 약한 남쪽의 마법사 주제에……. 이걸 먹지 않고 당신들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있나요? 누군가에게 죽지 않을 방법이라도 있나요? 루틸 열심히 훈련할게요! 미스라 씨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게요. 그러니까……. 미스라 당신들이 약해서 저한테는 이미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