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네.
피가로
브래들리라니, 죽음의 도적단 브래들리? 면식이 있었던 건가.
아이작
네.
놀라는 척했지만, 의외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브래들리도 아이작도 북쪽 국가 출신이고, 서로 오래 살았다.
피가로
무슨 사이였어?
아이작
어떤 사이 같은 건 아니었어요. 꽤 예전에 도적단에 들어가고 싶어서 접근했어요.
피가로
헤에. 그래서?
아이작
전 사양이라고. ……떠올리니까 짜증나요.
피가로
왜 거절당한 거야?
아이작
자기 생각만 하니까.
피가로
(확실히 아이작은 자기 본위에, 타인을 배려하는 시야가 결여되어 있으니까)
(그가 아무리 강해도 집단 행동에서 유능하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야)
(그럼, 그 자는 처음부터 조직 생활에 어울리는 마법사들을 모으고 있었던 건가……)
(일찌감치 브래들리의 목덜미를 잡아두길 잘 했네. 자칫하면 나라를 세웠을 거야)
(마법사의 나라를……)
(……그런 게 가능할까? 마법사의 출생은 불안정한데)
(가능하다고 하면, 마법사만이 행복해지는 그 국가는 훌륭한 국가가 될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는 스스로 물러섰다.
피가로
(마법사만이 행복해져도 되잖아)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공헌할 것을 요구받았어. 그 탓에 묘한 나쁜 버릇이 생긴 거야……)
(자신만의 행복에는 죄악감이 동반돼)
아이작
피가로 님?
피가로
아무것도 아냐. 아아, 무슨 얘기하고 있었지?
아이작
브래들리의 오른팔 이야기요. 아, 진짜 팔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이, 오른팔이 될 정도로 의지하고 있는 녀석이라는 의미예요. 파트너 같은 거겠네요.
피가로
응. 그래서?
아이작
현명한 애였다고 해요.
피가로
헤에. 브래들리의 오른팔이…….
아이작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브래들리의 도적단을 빠져나오려고 한 부관이 있었다.
피가로
(브래들리를 붙잡았을 때 그 녀석은 이탈한 후였던 것 같았고, 결국 얼굴은 못 봤는데……)
(아직 살아있으려나. 브래들리와 접촉하려고 하고 있다면 성가실지도 몰라)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이제와서 탈옥을 돕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어디 있는지만이라도 알아내둘까)
이름은 기억해?
아이작
네.
피가로
알려줘.
아이작
네로예요.
무심코 걸음을 멈췄다.
피가로
……네로?
사람들이 붐비는 속에서 색이 옅은 아이작의 눈을 응시한다.
그렇게 하며 머릿속에서는 다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관의 부엌…….
브래들리의 옆에 서서 친근하게 웃던 남자.
요리를 잘하는 동쪽의 마법사.
노을을 뒤집어쓴 밀의 이삭처럼 나른하게 흔들리는 금색의 눈.
꽤 친해졌네.
그렇게 지적하자 브래들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조소했다.
브래들리
흥. 간만의 자유잖아.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으니까.
동쪽의 요리사 따위가 내 말을 거스르지 않도록 가르쳐주고 있는 거야.
브래들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네로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구석이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비뚤어진 태도를 보이던 파우스트도 마음을 터놓았고, 아이들도 그를 금방 따랐다.
독설을 내뱉어도 그 브래들리가 쓴웃음을 지을 정도로 느낌이 좋은 걸 거라고…….
피가로
(……네로가 브래들리의 도적단의 부관……?)
아이작. 그거 확실해?
아이작
네, 네로예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요. 갖고 싶었거든요.
피가로
갖고 싶어?
허둥지둥 아이작이 고개를 돌렸다.
아이작
아아, 아니요……. 부러웠다는 걸 잘못 말했어요. 좋아 보여서.
피가로
네로에 대해서 달리 기억하는 건? 생김새나 마도구, 주문. 뭐든 좋아.
아이작
으음, 글쎄요……. 하늘색 머리카락이었던 것 같은데……. 마도구는 이, 자주 보는 거였어요.
그리고 북쪽의 마법사답지 않았어요.
피가로
어떤 식으로?
아이작
글쎄요……. 제가 아니라 브래들리가 한 말이에요.
네로는 북쪽의 마법사답지 않다. 공적에도, 으음, 명예에도 관심이 없다. 섬세하고, 자신감이 없다.
하지만 그런 구석이 도적단을 계속해가기에는 좋다고.
그랬지……. 거절당하고 짜증나서 날뛰었더니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떠올렸더니 짜증나기 시작했어요……. 브래들리 자식…….
나는 무의식중에 입을 가리고 있었다.
하늘색 머리카락에, 자주 보는 도구를 마도구로 들고 다니는 네로라는 이름의 남자.
네로의 마도구는 분명 커틀러리였다.
나는 작게 웃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피가로
(그런가. 브래들리)
(너도 우연의 만남에 농락당한 마법사 중 한 사람인가)
하하…….
……아하하하!
아이작
피가로 님……?
피가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네로에게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브래들리의 모습을 떠올리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계속 이상했다.
관대한 면이 있다고는 해도 긍지 높은 그가…….
동쪽의 네로에게는 꽤나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두는구나.
피가로
(가엽게도, 브래들리. 너는 자신을 배신한 상대의 안색을 지금도 살피고 있는 건가)
(전 동료라……. 그래)
(네로가 현자의 마법사로 소환된 건 우연일 거야)
(하지만 그들의 유대가 되돌아오면 나나 스노우 님, 화이트 님에게의 복수를 꾸밀 게 분명해)
(혹시 모르니 경계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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