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
본인을 감옥 안에 넣어두면 인간들은 자신들의 사회가 나쁜 마법사를 관리할 수 있다며 안심할 거예요.
스노우, 화이트
명안이로구나!
피가로
그렇죠.
스노우, 화이트
(……허나 이 녀석, 오즈에게 정이 있으니 죽일 수 없다고는 한 마디도 안 하는구나……)
피가로
(이 사람들, 오즈에게 정이 있으니 죽이지 말라고는 한 마디도 안 하네……)
스노우, 피가로, 화이트
(이래서 안 따르는 거지……)
스노우
브래들리를 생포한다라……. 숨통을 끊어도 된다면 몰라도, 좀처럼 고생인 일이구나.
화이트
잘 되겠는가. 그 녀석은 부하들을 잘 쓰니.
피가로
두 분 다 성급하시니까요. 죽이지 마세요.
스노우
생포하기 위한 방도는 있는가?
피가로
네. 옛날이었다면 어려웠겠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화이트
호오?
피가로
강고한 유대로 유명한 도적단이지만, 최근엔 두령인 브래들리의 위신이 떨어진 모양이에요.
듣자하니 부관 격 존재인 마법사가 단을 빠져나갔다네요.
스노우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겐가. 그것은 절호의 기회로구나.
화이트
해서, 그 자의 이름은?
피가로
뭐라더라……. 레오……. 네오…….
네모……?
스노우
…………. 명확하지 않구나…….
마법으로 몸을 깨끗하게 해 주자 아이작은 예리하고 듬직한 분위기가 되었다.
몸의 통증도 가라앉은 듯, 조금 전보다는 안색이 좋아졌다.
그를 바라보는 군중의 시선 속에 두려움과 혐오뿐만 아닌 동경과 감탄, 호기심도 섞이기 시작했다.
아이작과 나란히 서서 천천히 시장을 걸으며, 나는 물었다.
피가로
너, 어디서 지내고 있어?
아이작
거리 외곽에 있는 폐가에서요. 아까 그 커다란 집에 가도 되나요?
피가로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집에 가까이 가지 마. 미스라의 세력권이라고 생각하렴.
아이작
그 약한 마법사들은 뭔가요? 미스라의 노예인가요?
제게 차를 받으라고 했어요. 착하고 상냥한 것 같았어요. 저도 그런 노예가 갖고 싶어요.
피가로
노예 아니야. 내 소중한 친구의 아들들이야. 미스라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상대야.
아이작
그런가요. 좋겠다.
나는 그의 팔을 잡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피가로
아이작, 여기서 작별이야. 마지막으로 충고할게. 잘 들어.
아이작
아……. 네.
피가로
누군가가 너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면 기쁘듯이, 네가 아닌 인간들도 타인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기뻐.
사람들의 틈 속에 있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도록 해. 네가 사랑받고, 상냥하게 대해지기 위해서.
아이작
제가 먼저 해야 하는 건가요? 뭔가를 주거나 상냥하게 대해주면 친절하게 대해주는데.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 녀석에게 제가 먼저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건가요?
피가로
그래야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대개의 인간이 너랑 똑같이 사랑을 그저 기다리는 쪽에 있어.
사랑을 내어주는 자가 사랑받아. 사랑받지 못할 때도 물론 많지만, 나는 네가 사랑받고 있다면 기쁠 거야.
아이작
저도요.
피가로
안녕, 아이작. 너의 행복을 바랄게.
아이작
저도요, 피가로 님. 또 만날 수 있나요?
피가로
작별인사를 했잖아. 하지만, 그래……. 필요할 때에는 내가 만나러 갈게.
아이작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마법을 걸었다.
그가 어떠한 사건을 일으키면 알림이 올 것이다.
첫 번째 희생자는 막지 못해도 이어지는 희생자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작
꼭 만나러 와주세요. 오늘은 즐거웠어요.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안심돼요.
피가로
그건 다행이야.
아이작
얼굴을 만져봐도 되나요?
피가로
기어오르지 마.
아이작
죄송해요.
피가로
아아, 맞다, 아이작. 그 목걸이는?
아이작
네?
피가로
팔찌에 감겨 있는 가느다란 사슬 말이야. 여성의 목걸이 아니야?
근사한 만남이라도 있었던 걸까 하며 나는 미소지었다.
여행한 곳에서 만난 마녀가 그의 팔찌에 자신의 헤어짐의 증표로 자신의 목걸이를 휘감은 걸까, 하고.
아이작은 허둥지둥 팔찌를 감추며 마른 입술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난폭하게 사슬을 잡아당기고, 파란 돌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다.
아이작
하하……. 글쎄요, 어떨까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희미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쩌면 난폭하게 굴면서 빼앗은 걸지도 모른다.
추궁하려다가, 사람이 많은 것을 알아차리고 관뒀다.
이곳에서 그를 화나게 하면 성가셔진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구름이 흘러간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다들 아이작을 올려다보았다.
웃는 얼굴의 아이가 그를 가리킨다.
아이
크다!
아이
있잖아, 봤어? 커다란 사람!
시끌시끌 떠들며 아이들이 달려간다.
밝고 호의적인 환성이었지만, 아이작은 불쾌해 보였다.
그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를 안아올리며 생긋이 웃었다면 금방 인기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이작을 좋아하지만, 아이작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전부 같은 마음이라면 좋을 텐데.
그 편이 헛됨이 없지 않은가.
아이작
정말이지……. 애들은 바보니까 싫어요.
피가로
너도 아이였어. 네가 현명하다고 부르는 나도 무르도 옛날에는 아이였어.
아이작
피가로 님과 무르는 어린 시절부터 현명했잖아요?
피가로
글쎄. 나는 그랬지만, 무르는 특이한 구석이 있으니까…….
아이작
브래들리의 오른팔도 어린 시절부터 현명했다고 했어요.
피가로
브래들리의 오른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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