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토리 2부/제16장 _ 길드의 흔적 탐색 10

10화 본 적 없는 무언가가

아서 ……신병을 인수해요? 라스티카의? 빈센트 그래. 아서 숙부님께서는 뭐라고 답하셨나요? 빈센트 애둘러서 거절했다. 너와 현자가 반대할 것 같았으니. 아서 숙부님……. 빈센트 사근거리는 얼굴을 하지 마라. 널 위해 거절한 것이 아니다. 아서 서쪽 국가의 국왕 폐하께서는 왜 그런 요구를 하신 걸까요. 라스티카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라스티카는 잘 잊어버리는 편이어서 옛날 일은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페르치 가와 관련된 문헌은 남아있지 않을까요? 빈센트 오즈에 의한 분서로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아서 분서……? 오즈 님께서 책을 불태웠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빈센트 그래. 오즈가 세계를 정복했을 무렵의 서쪽 국가의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아서 오즈 님께서는 책을 불태우실 분이 아닙니다. 제..

9화 그 소원이 이뤄질 때까지

루틸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하러 와 주셨네요. 레녹스 마법사의 집은 생각했던 것보다 경원시되지는 않았네. 고마운 일이야. 피가로 너희가 부흥을 도와줬고, 중앙 국가의 왕자인 아서가 활약해준 덕분일까. 마법사에 대해 친근감을 느껴주고 있는 걸 거야. 루틸 맞아요. 니콜라스 씨가 발코니에서 떨어지셨을 때는 마법사를 무서워했지만……. 중앙 국가의 사람들은 다들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뿐이에요. 그렇지, 미틸. 미틸 네……. 피가로 미틸, 왜 그래? 레녹스 루틸과 다툰 모양이에요. 미틸 안 했어요! 조금, 의견이 달랐을 뿐이에요……. 피가로 미틸. 오늘은 열심히 잘 했어. 피가로 선생님과 어디 들렀다 갈까? 미틸 네……? 루틸 좋겠네, 미틸! 난 레노 씨와 먼저 돌아가 있을 테니까, 피가로 선생님과 장보기..

8화 니콜라스의 소원

마셔도, 마셔도 취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입맛을 다시며 좋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 취한 척을 한 덕분에 금방 상대가 얽혀와서는 끈적하게 내게 손을 댔다. 니콜라스와 친했다는 남자는 서쪽 국가의 주민 치고는 소극적인, 목소리가 낮은 남자였다. 내가 니콜라스의 악담을 하자 그는 나를 경멸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아아,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콜라스를 이국의 무인(武人)으로서 좋아해줬다. 기뻤다. 그와 니콜라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악담에 이끌려 그는 조금씩 불평하기 시작했다. 니콜라스의 지인 니콜라스 님(殿)은 울적하고 음침했어. 마치 동쪽 국가의 인간처럼. 그의 인생은 그의 영광과 함께 끝났던 거야. 그 어전 시합 때문에. 카인 어전 시합? 니콜..

7화 서쪽 국가의 밤

카인 넌 어때? 오즈를 평생 이길 수 없어? 오웬 하? 나랑 오즈 얘기는 상관없잖아? 카인 됐으니까 대답해줘. 평생 오즈에게 이기지 못하는 거야? 오웬 아니. 오즈의 돌로 내 의자를 만들어서 끈적끈적한 케이크를 먹어 줄 거야. 카인 그것 봐. 나랑 마음은 똑같잖아. 서로 힘내자. 오웬 하? 카인 기합이라도 넣을래? 주먹을 이렇게 맞대는 거……. 오웬 하지 마.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카인 진정해. 오웬 서로 힘내자고 했어? 아, 그래……. 기사님은 오즈가 죽어도 되는구나. 카인 그건 표현의 기교고……. 오웬 흐응……. 동료인 척을 하는 주제에, 꽤나 박정하네. 그것도 그런가. 오즈만 없으면 왕자님이 널 의지해 줄 테니까. 도움도 안 되는 기사님. 오즈만 있으면 너 같은 거 필요 없는 거 아냐? 카인 ..

6화 벽을 무너트리기 위해

카인 그럼 다시 한번 다녀올게. 리케 저도 갈게요. 오즈 나도 가지. 카인 아니, 나 혼자 갈게. 뭐랄까, 저쪽에 벽이 느껴져. 일단은 친해져야지. 리케 저는 친해지는 걸 잘해요. 오즈 나는……. 어떨지. 친해지는 않는다만. 카인 둘 다 고마워. 마음은 기쁘지만 지금은 나한테 맡겨줘. 오즈, 리케 어째서. 카인 정치가 필요해서야. 너희는 잘 못하잖아? 오즈, 리케 정치……. 카인 뭐, 어깨동무하고 한 잔 마시면 서쪽의 군인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 그 녀석한테 이것저것 물어볼게. 리케 알겠어요. 친구분께 대신 인사 전해주세요. 카인 응. 아직 안 생겼지만. 오즈 뒤는 맡기겠다. 카인 맡겨줘. 두 사람은 먼저 숙소로 돌아가줘. 리케 알겠어요. 오즈, 당신은 한 번 중앙 국가로 돌아가는 게 어떤가요? 오즈 ..

5화 그 사람을 닮은 기척

뇌가 죄다 불타버릴 것 같을 정도로 증오했으면서 아직도 쓸쓸하다는 생각 따위를 하다니, 정말로 바보 같지만. 그 황금시대를 사랑했던 것이다. 내 손은 사랑했던 시간을 놓쳤다. 그렇기에 시노와 히스는……. 그들의 청춘은 지켜주고 싶다. 파우스트 …………! 갑자기, 본 적 없는 어두운 방이 머리를 스쳤다. 일그러진 공간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파우스트 (이 건물 어딘가에 그 방이 숨겨져 있는 건가……?)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자리의 기척을 살피기 위해 심호흡한다. 또 한번 방의 울타리가 보였다. 환상 같은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주문을 외운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트 ・ 무르클리드》 다음 순간……. 우리는 낯선 방에 있었다. 시노 …………?! 여긴……. 파우스트 숨겨진 공간이야. 시노, 내 옆에서 멀어지지 ..

4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짐을 내린 여행객들이 프론트의 카운터 너머로 말린 풀을 받아들고 있다. 뒤쪽에 있던 마구간에서 여행을 함께한 애마에게 먹이를 주는 거겠지. 원래라면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호텔 안을 탐색해야겠지만, 눈에 띄는 건 피하고 싶었다. 흐려진 거울, 새까만 거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멋대로 프론트 앞을 지나간다. 올바른 것은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다. 너희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미지다. 마법이라기보다는 주술 정도지만, 동쪽 국가의 정령들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호텔 안쪽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1층부터 순서대로 호텔을 확인했다. 하지만 히스와 네로의 기척은 없다. 의도적으로 기척을 지우고 있는 거라면, 우리가 호텔에 들어왔으니 어떤 액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3화 쌓이는 갈등

네로 걱정하지 마. 피비린내 나는 무대는 옆으로 넘기자. 우리는 실마리를 모으면 돼. 히스클리프 그렇지……. 오즈 님과 북쪽의 마법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지금만큼은 의지하자. 네로 그래. 히스클리프 ……네로. 네로 왜? 히스클리프 시노가 뭔가……. 예를 들자면, 내 이야기 해? 네로 매일 하지. 그 녀석은 내 밥 이야기나 네 얘기밖에 안 해. 히스클리프 아……. 하하……. 그렇지. 네로 …………. 무슨 일 있었어? 파고 들 생각은 아닌데, 내가 아는 걸로도 괜찮다면 대답할게. 아무한테도 말 안 해. 시노한테도, 파우스트한테도. 히스클리프 응……. 네로 뭐어……, 그, 뭐냐. 얘기 안 해도 되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히스클리프 미안해. 마음 쓰게 해서……. 네로 됐어, 됐어. 너야말로 고생이네. 히..

2화 비의 장막 너머로

시노 표정 그만 바꿔. 파우스트 알고 있어. 보지 마. 빗발이 강해졌다. 비가 쏟아지는 굉음에 휩싸이고, 테라스석의 손님들이 처마 아래로 이동한다. 나와 시노도 나란히 섰다. 돌아갈 시간을 상의하고 있는 것인지 귓속말을 하는 손님들도 늘었다. 시노가 내 팔을 잡아당긴다. 시선을 향하지 않고 고개를 기울이자, 생각한 대로 그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노 전선(殿戦)이 뭐야. 뜻밖의 질문이었다. 그의 손을 보자, 마법을 쓰는 전술 서적을 읽고 있다. 그에게는 아직 너무 이른 책이다. 기초 지식이 없는 채 전술을 익혀도 오용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파우스트 전선이라는 건 후퇴선(撤退戦)이야. 하지만 네가 전술을 배우는 건 아직 이르……. 시노 후퇴는 도망치는 거잖아? 그런데 이 책에 실려있는 지휘관은 절찬받..

1화 저마다의 역할

동쪽의 마법사가 된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동쪽의 마법사는 첩보 활동에 잘 어울린다. 주의 깊고, 신중하고, 경계심이 높다. 적절한 공포심을 품어 너무 겁을 먹지도 않고, 너무 무모해지지도 않는다. 평소에 큰소리를 잘 치는 시노도 공명심이 강한 야심가지만, 결코 분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한 적을 앞에 두면 타인의 배로 경계하고, 신중한 전술로 바꾼다. 시험은 싫어하는 아이지만, 머릿속에서 늘 승산을 계산하고 있다. 험난한 환경에서 자란 탓일 것이다. 시노는 버려져 주워진 아이고, 구빈원을 뛰쳐나와 히스와 만날 때까지 혼자 살아왔다.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치러서 어떤 승산을 얻을 것인지 계산하는 것에 익숙하다. 대낫을 휘두르며 눈이 어지럽도록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