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토리 2부/제16장 _ 길드의 흔적 탐색

4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마호야쿠 번역하는 오믈렛 2023. 4. 6. 23:09

짐을 내린 여행객들이 프론트의 카운터 너머로 말린 풀을 받아들고 있다.

뒤쪽에 있던 마구간에서 여행을 함께한 애마에게 먹이를 주는 거겠지.

원래라면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호텔 안을 탐색해야겠지만, 눈에 띄는 건 피하고 싶었다.

흐려진 거울, 새까만 거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멋대로 프론트 앞을 지나간다.

올바른 것은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다.
너희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미지다.

마법이라기보다는 주술 정도지만, 동쪽 국가의 정령들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호텔 안쪽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1층부터 순서대로 호텔을 확인했다.
하지만 히스와 네로의 기척은 없다.

의도적으로 기척을 지우고 있는 거라면, 우리가 호텔에 들어왔으니 어떤 액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홀연히 사라졌다.

납치당한 건지, 공간의 틈새로 들어간 것인지…….
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 정도의 마법사가 돌이 된다면 무엇이든 흔적이 남을 터.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서서히 시노의 눈에 초조함이 서렸다.


시노
……여관의 주인에게 묻자. 다른 숙박객에도 물어볼 거야. 지금이라면 안 늦었어.


파우스트
초조해하지 마. 눈에 띄어.


시노 격분해서 나를 붙잡았다.



시노
이러는 동안에도 누군가가 히스를 죽이고 있을지도 모……!

으으읍……!


소리를 지르려던 그의 입을 막았다.



파우스트
진정해. 만약 그들이 납치되었다고 하고, 소동이 커지면…….

범인들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들을 죽일지도 몰라. 전에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어.


시노
그래서 어쩌…….


파우스트
죽은 건 내 예전 부하였어. 다른 부대가 소동을 너무 키웠고, 그게 범인들을 자극해서 모두 살해당했어.

범인들은 우리 군과 교섭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어. 다들 농민 출신의 젊은이들 뿐이었지.

하지만 복수를 바란 병사들은 동료를 죽인 복수로 범인들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죽였어.



나는 주머니를 뒤적여 작고 동그란 케이스를 꺼냈다.
마법의 약초를 배합한 향료의 일종이다.

다짜고짜 시노의 이마와 목 부근에 갖다댄다.

그의 눈은 조금 전부터 빨갛게 충혈되어 위태롭게 젖어 있었다.

히스는 시노
의 전부다.

호흡이 얕아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나도 알렉의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안절부절 못했다.
그럴 때마다 피가로가 나를 타일렀다.

진정해.



시노
……, 뭐야?!



늘 뒤를 따르던 레녹스도 내게 말했다.

파우스트 님.
괜찮아요.

알렉 님은 분명 무사하실 거예요.

그분은 이 세계와 시대로부터 보호받고 있어요.


파우스트
진정해. 향이야. 정신을 진정시킬 거야.


시노
난 개가 아니야! 냄새 정도로…….


파우스트
다음에는 갓난아기처럼 껴안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줄게, 시노.

괜찮아. 히스클리프는 널 두고 죽거나 하지 않아.



시노의 눈이 약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물에 빠진 인간처럼 괴롭게 숨을 쉬고 있었다.

시노의 영혼이 이 정도까지 히스클리프와 유착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파우스트
네로도 같이 있어.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어. 진정되면 마도구를 꺼내.


시노
마도구를?


파우스트
그래. 최상층까지 가서, 실마리가 없으면 공간이 일그러진 곳을 찾을 거야. 보좌를 부탁해.


시노
공간이 일그러진 곳……. 내가 할 수 있어?


시노답지 않은 약한 대사다.

하나 더, 작은 주머니를 꺼내 나는 밀봉했던 끈을 물어뜯었다.
간이 수호와 결계의 효과가 있는 돌의 가루다.

시노의 머리에 뿌린다.
파란색과 초록색의 가루가 예쁜 태엽을 그리며 시노의 몸을 감쌌다.



파우스트
안 해주면 곤란해. 마도구를.


시노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주문을 외운다.



시노
《맛차 ・ 스디파스》


그 사이 나는 엄지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시노의 등을 빙그르 돌려 목덜미 부근에 내 피를 묻혔다.


시노
뭐 하는 거야.


파우스트
마킹.


시노
마……?


파우스트
너는 내 거야. 아무도 손 대게 두지 않아.


시노가 나를 돌아보았다.
어쩌면 감동해서 감사의 말을 쏟아낼 건가 했지만,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시노
네 거 아니야. 난 히스 거야.


파우스트
아, 그래.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학생을 데리고 나는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최상층에 도착했다.

희미한 위화감이 있었다.
삐걱이는 바닥을 밟으며 주위를 살핀다.

정말로 사소한 부자연스러움이었다.
어느 토지의 모래에 다른 토지의 모래가 섞여 있는 것 같은 이질적임…….


파우스트
(……뭔가 숨겨져 있다?)


여행객
안녕하세요……. ……!



방을 나온
 여행객이 대낫을 든 시노를 보고 허둥대며 방 안으로 되돌아갔다.



시노
손님을 피난시킬까?


파우스트
일그러진 공간을 찾을 뿐이야. 필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말을 해 두자.


시노
알겠어.

 


시노가 재빠르게 문에 노크하고 말했다.



시노
지금부터 내 부모의 원수가 올 거야. 휩쓸리고 싶지 않으면 한동안 아래층에 있어줘.


잘 만든 즉석 이야기다.
시노는 솜씨 좋게 손님들을 피난시켰다.

피난하는 손님 중에 불온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레녹스를 떠올렸다.
레녹스는 이런 방편에 서툴렀다.

나도 서툴러서, 거짓말이나 위장이 필요할 때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피가로와 알렉은 능숙했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시노
피난시켰어. 다음은 뭐 하면 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노에게 지시했다.



파우스트
내가 일그러진 공간을 찾을게.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야.

너는 이 자리의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내가 만든 결계를 매개를 통해 유지해줘.


시노
매개?


파우스트
내 피야. 네 목 뒤에 묻혔어.


시노가 대낫을 바로잡고 입꼬리를 밀어올렸다.



시노
어느샌가 깊은 관계가 된 거군.


파우스트
다시 농담을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네. 그 상태로 부탁할게.


나는 안경을 밀어올리고 마도구인 거울을 꺼냈다.

주문을 외운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트 ・ 무르클리드》


거울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고, 물처럼 층 전체에 퍼져갔다.

거울을 시노에게 향한다.
시노의 모습을 담은 거울이 그의 마도구와 그 자신에게 빛을 덮어씌웠다.

시노의 목에 빛이 모인다.
시노에게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피의 매개에는 수호의 역할도 있었다.

이 결계 속이라면 시노가 피해를 입더라도 내가 대신할 수 있다.


파우스트
일그러진 곳을 찾을게. 말 걸지 말아줘.


시노
알겠어. ……부탁할게.


파우스트
나한테 맡겨.


나는 눈을 감고, 눈 앞의 장소를 살폈다.

이곳은 역사가 깊다.
정령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이 시대의 기척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바다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듯이, 몸과 마음을 자리에 맡기고 조금 전에 느낀 이질적인 기척을 더듬어간다.

그렇게 하며, 무의식적으로 일찍이의 기억이 흘러넘쳤다.

신경을 예민하게 하고 이 자리의 기척을 살피면 살필수록 일찍이 본 광경이 흘러넘쳐간다.

레녹스에게 지시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늘 앞서서 생각해줬다.

레녹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레녹스만큼 알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타인의 행복을 바랐다.

그러니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루틸도.
미틸도.
분명, 피가로도.

나는 더 이상 그와 있을 수 없다.

나에게 레녹스는 포상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고 만다.

나는 행복을 버렸다.
저주상으로 다시 태어났고, 행복을 구두창으로 짓밟고 걸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살아갈 길이 겹쳐질 일은 두 번 다시 없다.
그럼에도 무심코, 이런 때에 떠올리고 만다.

레녹스라면 분명, 이 즈음에 서서, 저쪽을 보고, 그것들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해 줬을 것이다.
시노가 미숙하다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적으니 당연하다.

단지, 편했다.

굉장히 숨을 쉬기 편했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 이쪽으로!


파우스트
그래!


동료에게 등을 맡기고 앞만을 보며 달려나갈 수 있었다.

그 시대, 그 곳을 그립게 생각한다.

돌아보면, 피가로 님께서 우리를 지켜봐주시고…….


피가로
주의하렴.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보검 칼레트불프를 높이 든 알렉이 달려나간다.



알렉
지금이다!

바로 지금 시대가 변할 거다!


그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나 가슴이 타올랐다.






파우스트
(아아……)


갑자기 쓸쓸해졌다.

그 나날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더 이상 되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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