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토리 2부/제16장 _ 길드의 흔적 탐색

8화 니콜라스의 소원

마호야쿠 번역하는 오믈렛 2023. 4. 7. 08:44

마셔도, 마셔도 취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입맛을 다시며 좋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
취한 척을 한 덕분에 금방 상대가 얽혀와서는 끈적하게 내게 손을 댔다.

니콜라스와 친했다는 남자는 서쪽 국가의 주민 치고는 소극적인, 목소리가 낮은 남자였다.

내가 니콜라스의 악담을 하자 그는 나를 경멸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아아,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콜라스를 이국의 무인(武人)으로서 좋아해줬다.
기뻤다.

그와 니콜라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악담에 이끌려 그는 조금씩 불평하기 시작했다.



니콜라스의 지인
니콜라스 님(殿)은 울적하고 음침했어. 마치 동쪽 국가의 인간처럼.

그의 인생은 그의 영광과 함께 끝났던 거야. 그 어전 시합[각주:1] 때문에.


카인
어전 시합?


니콜라스의 지인
너, 모르는 거야? 지방 출신의 젊은 기사와 갑작스럽게 어전 시합을 치르게 됐어.


나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그 젊은 기사는 나일 것이다.


니콜라스의 지인
실력이 좋은 젊은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왕궁의 누군가가 갑자기 젊은 기사를 어전 시합에 참가시켰어.

소소한 화제 만들기의, 구경거리 정도로 생각했겠지. 아무도 니콜라스를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니콜라스는 패배했어. 상대는 아직 10대였대. 그날 니콜라스의 인생은 바뀌었어.

소년에게 패배한 기사단장이라니, 그 이야기가 퍼지면 난처하잖아. 중앙 국가의 권위와도 관련돼.

니콜라스는 기사단장의 자리에서 쫓겨났고, 갑자기 마법과학을 배우라는 명령을 받고 서쪽 국가에 왔어.

더러워진 부품을 바꿔 끼우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떼어내져서 멀리 내쫓긴 거야.

마법과학을 배우는 자세는 열심이었지만, 니콜라스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카인
헤에…….



무관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나는 마음 속으로 격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내가 니콜라스에게 굴욕을 준 건가?
존경했던 그에게서 영광과 명예를 빼앗은 건가?

그래서 니콜라스는 달의 소환술을 행할 정도로 영락해버렸다는 건가?

그럼 나는 어떻게 했어야 하지?
일부러 져야 했던 건가?



카인
(니콜라스라면……)

(니콜라스라면 그랬을지도 몰라. 그 녀석은 마음을 잘 쓰고 상냥했어. 누군가의 명예를 빼앗는 걸 싫어했어)

(나는 강한 자에게 도전하는 것에 푹 빠져서, 내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누군가의 명예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어)

(애초에, 졌다고 해서 명예를 잃지는 않잖아? 단련해서 다음에 이기면 돼)

(나는 나의 승리를 기뻐했지만, 당신을 내려다보거나 하지는 않았어. 니콜라스……)

(당신을 동경했어. 아직 어린 나의 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대등하게 예를 갖춰준 당신을……)

(그날의 일을, 나도 잊은 적이 없는데)


니콜라스의 지인
안색이 나쁘네. 괜찮아?


카인
아……. 아니, 물을 좀 마실까. 잠깐…….


니콜라스의 지인
그래, 직원을 부르자.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카인
……그, 서쪽 국가에 와서…….


니콜라스의 지인
맞아. 서쪽 국가에 오게 되어서, 혼약이 깨졌어.


카인
혼약?


니콜라스의 지인
응. 귀족의 딸과 결혼하기로 정해져 있었는데, 스스로 물러섰다고 해.

전 기사단장이 마법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이라니, 사실상 좌천이니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직원이 물을 가져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억지로 끼워넣어진 오웬의 한쪽 눈이 욱신욱신하게 뜨거웠다.



니콜라스의 지인
그래서 니콜라스가 새로운 연인과 같이 걷는 모습을 봤을 땐 안심했어.


카인
연인……?


니콜라스의 지인
응. 엄청난 미인이었어. 백발에, 흰 피부의…….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카인
그녀의 이름을 알아?


니콜라스의 지인
아니, 몰라. 알고 있는 건 그녀와 볼더 섬으로 여행을 갔다는 것 정도야.


카인
볼더 섬……. 서쪽 국가의 관광명소니까.


니콜라스의 지인
관광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말이지. 그녀가 학자여서, 애덤스 섬을 조사하고 있다던가 뭐라던가.

애덤스 섬이라는 건 수백 년 전에 마법사 때문에 가라앉았다고 전해지는 섬이야.

니콜라스는 애덤스 섬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 단지…….

잘 되면 소원을 이루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니콜라스의 소원…….

오웬에게 들었다.
그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 했다고.

기사단장의 자리에서 쫓겨났고, 그 계기가 된 기사의 정체가 마법사…….

니콜라스는 무슨 생각으로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걸까.

가슴 안쪽에 어두운 마음이 퍼진다.
갑자기 상대가 거리를 좁혀왔다.

귓가에서 속삭인다.


니콜라스의 지인
있잖아……. 너도 지긋지긋하지 않아? 중앙 국가의 방식에.

국가를 위해 일한 기사의 명예를 들풀을 짓밟는 것처럼 박탈하다니, 너무 가혹해.


확실히 그렇다.
가슴 안쪽에서 뜨거운 마음이 북받쳤다.

그는 울분에 찬 눈빛으로 내 어깨를 껴안고 뒤흔들었다.


니콜라스의 지인
나도 군인이야. 너희의 분함은 잘 알아. 제2의 니콜라스를 낳으면 안 돼.

그렇지 않아?


카인
그래, 그 말 대로야.


니콜라스의 지인
그렇다면 바꿔가야 해. 중앙 국가의 영웅의 명예를 위해.

국가의 제도를 안에서부터 바꾸는 건 어려워. 하지만 밖이라면 변화의 계기를 줄 수 있어.

특히 중앙 국가의 빈센트 님은 서쪽 국가가 목표하는 방향성에 깊은 공감을 표시해 주시고 있어.

똑같이 공감을 표해주는 동료들을 모으고 있어. 괜찮다면 너도 참가하지 않을래?



나는 입을 닫았다.
중간부터 명백하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카인
(나를 설득해서 스파이로 만들 셈인가?)



웃기지 마.
조금 전이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웬의 말이 떠올랐다.
정의감이 강한 자에게는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실제로 뇌물을 요구했더니 내 이야기를 들어주게 됐다.



카인
(매국노로 전락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두 번 다시 오명을 씻지 못할지도 몰라)

(아니…… 내 명예 같은 거, 이미 훨씬 전에 잃었어. ……그리고……)

(오즈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없잖아)

(지금의 내가 중앙 국가와 아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달리 없어)

그렇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래?

 

 

 

  1. 御前試合. 국왕의 앞에서 치르는 무술 시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