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이작의 가죽 팔찌에 시선이 멈췄다.
팔찌를 휘감듯이 가느다란 사슬이 얽혀 있다.
가느다란 사슬에는 작은 파란 돌이 달려 있었다.
그가 좋아하기에는 귀여운 세공이다.
마법사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이작
……의미를 알 수 없는 짓을 하거나,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을 이것저것 생각하거나…….
속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요!
그는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돌벽을 때렸다.
동시에 시장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울린다.
남성
앗……, 뭐야?!
여성
꺄아악, 옷이 찢어졌어…….
돌아보니, 노점상의 지붕을 만들고 있던 천과 과일을 쌓아올렸던 상자가 망가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날붙이에 베인 것처럼.
아이작의 짓이다.
피가로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도구를 꺼내들었다.
아이작이 순식간에 새파래진다.
머리를 감싸쥐고, 그 자리에 웅크렸다.
아이작
……, 아니에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참고 있어요! 당신에게 배운 대로 참고…….
지긋지긋해, ……이제 지긋지긋해! 참고 참고 또 참았는데, 피가로 님에게까지 버림받고…….
아이작은 크게 입을 벌린 채 울 것처럼 알굴을 일그러트렸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져온다.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어리석다고, 질리기도 한다.
끝을 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파우스트는 이상적인 제자였다.
고결하고, 의지가 높은, 문무 두 방면에서의 영웅.
파우스트에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다시 한번 이 세계와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정말로 나의 가르침이 필요한 것은 아이작과 같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아이작이 땅에 엎드렸다.
바다에 빠진 이처럼 필사적으로 내 다리에 달라붙는다.
아이작
……, 제발, 제발, 피가로 님. 저를 죽이실 거라면 마지막으로 가르쳐 주세요…….
피가로
뭘?
아이작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어째서 이 세계에 태어난 걸까요?
어떻게 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기나요?
어떻게 하면 현명해질 수 있나요?
서쪽의 마법사 무르의 돌을 먹으면 그 녀석처럼 칭찬받을 수 있나요?
저는……, 저는 줄곧 피가로 님처럼, 알고 있고 싶을 뿐이에요.
돌이 되기 전에 단 한 번이어도 좋아요. ……전부를 아는 기분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고 싶어요…….
아아 그런 거였구나, 뭐야 그런 건가, 하면서 안심하고 싶을 뿐이에요…….
나는 숨을 내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게 갠 파란 하늘은 거짓말처럼 아름답다.
그 답을 알고 있었다면 나는 지금 이곳에 혼자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답은 아이작을 실망시킬 뿐이겠지.
나는 그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피가로
돌로 만들거나 하지 않아. 그 답은 하나하나 스스로 배워나가렴.
공부를 계속해. 모처럼 책도 읽기 시작했잖아. 시간은 아직 많아.
근사한 나날이 기다리고 있어.
아이작은 커다란 등을 떨었다.
그 등을 어루만지며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구원의 말을 하사하는 듯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되었다.
모든 것은 분명 잘 될 거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면 대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마 잘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아이작은 기특하고 가엽다.
그리고 불쾌하고, 짜증난다.
무엇보다 이 거리에 있어서 성가신 존재였다.
언제 이 마을에서 끔찍한 행위를 저지를지 알 수 없다.
마법사가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면 빈센트의 태도도 경직된다.
아서의 입장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마법사의 집에서 시민과 교류하려고 하는 남쪽의 마법사들의 희망도 부서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작이 위험하다면, 오즈나 미스라야말로 위험한 존재다.
나도 오웬도 브래들리도, 마음만 먹으면 이 거리를 망가트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방임되어 있다.
우리와 아이작의 차이는 뭐지?
현자의 마법사니까?
미틸도 그렇다.
그는 언젠가 남쪽 국가의 마법사들을 전멸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미틸에게서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 정당한가?
미틸도, 아이작도 똑같다.
무엇인가를 알고, 성장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들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결과 참극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천 년 전부터 몇 번인가 대면해온 문제 중 하나다.
대중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개인은 제거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위험한 생명이라도 공평하게 자유를 하사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나는 언제까지 이 세계의 관리자로 있을 셈이지?
사랑과 행복의 의미도 분명하지 않은데.
'메인스토리 2부 > 제13장 _ 마법사의 집과 불온한 방문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9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0) | 2023.01.08 |
---|---|
8화 굶주린 곰과 거리를 걷다 (0) | 2023.01.08 |
7화 전율의 재회 (0) | 2023.01.08 |
6화 행복을 바라고 있어 (0) | 2023.01.08 |
5화 돌을 먹는 것을 둘러싸고 (0) | 2023.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