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으음……, 이야기를 되돌려도 될까?
그레고리는 그렇게 말하고 두 날개의 끝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그 동작을 따라하며 라스티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라스티카
물론이지.
그레고리
고마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래, 왕립 식물원.
즉, 코르테제 가는 왕립 식물원의 관리를 맡은 정도의 중요성밖에 없는, 평온한 성이었어.
성주님도 느긋하신 분이고, 측근들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많아.
코르테제 성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 누구냐면 바로 나였어.
클로에
앗, 멋있네!
그레고리
그럴지도. 국내의 유능한 자들이 모이는 서쪽의 왕궁에서라면.
내 경우에는 별로 자랑도 안 돼. 그 정도로, 의욕적인 젊은이에게는 평화롭고 따분한 성이었던 거야.
하지만 덕분에 성주님의 총애를 받아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릴리아나 아가씨의 시종을 맡았어.
릴리아나
있잖아, 그레고리.
그레고리
네. 무슨 일이신가요, 아가씨.
릴리아나
아버님이 말씀하셨어. 그레고리는 솜씨 좋고, 아는 게 많고, 머리도 좋다고.
그레고리
영광입니다.
릴리아나
똑똑한 그레고리라면 알고 있을까. 나, 누구랑 결혼해?
그레고리
글쎄요……. 아직 먼 이야기가 아닌가요? 아가씨는 아직 7살이시니까요.
릴리아나
그렇긴 하지만…….
그레고리
하지만?
릴리아나
나, 그레고리랑 결혼하고 싶어. 그레고리가 제일 좋은걸.
그레고리
아하하. 감사하네요.
릴리아나
이 성에서 그레고리가 가장 멋져. 검도 말도 잘 다루고, 머리도 좋고, 일찍 일어나고, 글씨도 예쁘고…….
그레고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할아버지들은 너무 게으름을 피워요.
릴리아나
그레고리, 나랑 결혼해줄래? 아버님한테 부탁해도 돼?
그레고리
릴리아나 님. 아무리 아가씨께 무른 성주님이어도,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으실 거예요.
릴리아나
왜?
그레고리
신분이 다릅니다.
클로에
애달파……!
라스티카
애달프네……. 그녀는 분명 너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기새일 텐데…….
그레고리
아니아니, 새 아니야. 릴리아나는 인간이고, 나도 원래는 인간이야.
라스티카
아아, 그랬지! 미안해.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 무심코 새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버려서…….
그레고리
마음은 알겠다만.
클로에
그래서? 그래서? 진심으로 릴리아나 아가씨를 좋아하게 된 건 언제쯤이야?
그레고리
글쎄……. 그건 내가 20살이고 아가씨가 15살이 되었을 때…….
릴리아나
그레고리! 내 댄스, 어땠어?
그레고리
훌륭하셨습니다.
릴리아나
에헤헤, 고마워! 한 곡 더 춤출 테니까, 거기서 보고 있어줘!
그레고리
네. 힘내세요.
성주
그레고리.
그레고리
성주님…….
성주
춤인가. 릴리아나도 15실이나 되었지. 너도 알고는 있겠지만…….
그레고리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시종이고…….
성주
왕가의 먼 일족라고는 해도, 코르테제 령은 평온하고 정권 다툼과는 인연이 없는 땅이야.
장래가 유망한 네게는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받아주지 않겠나?
그레고리
에?
성주
응?
그레고리
무엇을…….
성주
릴리아나와 차기 성주의 자리를…….
그레고리
예?! 저는 평민인데요?!
성주
괜찮을 거야, 우리는……. 만일의 경우에는 어딘가의 귀족과 양자 관계를 맺으면 돼.
그레고리
………….
굉장히 감사한 말씀이지만,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성주
에……? 딸과 결혼하고 싶은 게 아닌 건가……?
그레고리
아니요, 무리라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가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어서…….
성주
찰 생각인가……?
그레고리
아뇨아뇨아뇨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아직 15살이시고…….
성주
그레고리, 부탁이야! 자네밖에 의지할 자가 없네!
그레고리
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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