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그런 심술궂은 말 하지 말아줘! 나는 약속할게. 보수는 얼마든지 지불할게.
리케
심술이 아니고, 보수도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해 주실 수 없나요? 저희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있어요.
지금부터 서쪽 국가의, 그러니까…….
카인
마법과학병단 본부.
리케
마법과학병단 본부까지 가야 해요.
그레고리
현자님과 현자의 마법사들이 여럿이서 마법과학병단 본부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마……. 또 달이 덮쳐오는 거야?
그레고리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와 긴장이 스며 있었다.
나는 안심시키기 위해 웃어 보인다.
아키라
괜찮아요. <거대한 재액>에 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있거든요.
그레고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의 군청색 눈은 정열적이고, 영리하고, 필사적이었다.
새의 모습이 되기 전의 그는 듬직하고 뛰어난 종자가 아니었을까.
그는 아서에게서 날아올라 내 눈앞까지 다가와서는 다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레고리
현자님. 조금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는 이 이상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저 같은 것이 멋대로 입에 담으면 코르테제 가에 폐를 끼치게 되어버려요…….
완고한 그레고리의 모습을 보고, 샤일록이 나에게 몸을 기울였다.
살짝,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샤일록
현자님……. 아마도 서쪽의 왕위계승문제가 관계되어 있을 거예요.
아키라
왕위계승문제……?
샤일록
네. 왕위계승문제라면, 왕가의 중요 기밀이에요.
저희가 그를 돕겠다고 말할 때까지 그가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어요.
아키라
그렇군요…….
사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것 같다.
나는 다시 그레고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강력한 눈빛으로 진지하게 나에게 호소했다.
그레고리
도움을 청하면서도 전부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현자님.
이것만큼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이 세상에서 릴리아나 아가씨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어요.
이 마음은 거짓이 아닙니다.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분을 구하고 싶어요……!
제발, 힘을 빌려주세요. 현자님!
마치 경례를 하듯이 그레고리가 몸을 둥글게 말고 고개를 숙인다.
그의 말은 서쪽 국가의 주민 다운 정열과 격렬함이 담겨 있었다.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마법사들은 간단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다.
아키라
(그레고리는 릴리아나 아가씨를 좋아하는구나……)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자, 서쪽의 마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랑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서쪽의 마법사들은 완전히 그의 아군이 되어 있었다.
클로에
찡ー했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고 싶은 거지. 현자님, 나, 도와주고 싶어!
라스티카
근사한 사랑 이야기야. 기꺼이 협력할게요.
샤일록
일어나려고 하는 비극을 보고도 모른척해서는 아침이 개운하지 않을 테니까요.
무르
샤일록은 젊은이의 순애를 좋아해ー!
그레고리
고마워, 너희들! 아아, 너희라니 실례지. 자비로운 용자들, 성함이?
무르
무르!
샤일록
샤일록이에요.
라스티카
라스티카라고 해요.
클로에
클로에야! 잘 부탁해, 그레고리!
그레고리
아아……. 무르, 샤일록, 라스티카, 클로에, 고마워!
아키라 님도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 해도 되는 거지요? 아키라 님의 마법사를 빌려도……?
아키라
으음…….
나는 답을 망설이며 중앙의 마법사들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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