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팔에 닿았다.
웃으며 달래듯이 쓰다듬는다.
카인
이젠 나랑 이야기하자. 알겠지?
오웬
……응…….
리케
오웬과 친해진 건가요?
카인
으음ー. 뭐어, 그렇지…….
리케
오웬은 풀을 갖고 놀 때 기분이 좋군요. 오늘의 그는 좋아요.
오웬
나도 리케 좋아…….
수줍어하며 오웬이 웃는다.
달콤한 그의 표정에는 아직도 위화감이 느껴졌다.
카인
그럼, 리케. 미안하지만, 저쪽에 가있어줘.
리케
저쪽에 가있으라니, 실례되는 말투예요.
오웬
리케는……?
카인
리케는 바빠.
리케
바쁘지 않아요.
카인
…………. 오늘은 리케가 아니라 나랑 놀자. 자, 기사님이야.
오웬
기사님…….
뺨을 붉히며 오웬이 나를 바라본다.
드디어 경계를 풀어준 것 같다.
미심쩍은 듯한 리케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떠나가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카인
(다행이다……. 이 녀석이 케르베로스를 꺼내면, 리케가 잡아먹힐 뻔했어)
(잡아먹힌다고 해도, 이 녀석만 나빴던 것도 아니지만……)
힐끗 오웬의 상태를 살핀다.
격노해서 나를 죽이려고 했다.
지금의 오웬에게 그 기억은 없는 것 같았다.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기억해?』 같은 걸 묻고 떠올리게 해서 화나게 만들면 큰일이다.
다음번에야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카인
여어. 리케가 놀아줘서 좋았겠네.
오웬
……응…….
무구하고 천진난만한, 빨간색과 금색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눈과 같은 색이다.
그곳만을 바라보고 있자,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바람이 불어와 꽃잎이 흩날린다.
생글생글, 불쾌한 비웃음을 보이지 않는 오웬의 모습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오웬은, 어린 시절의 오웬인 걸까.
오웬
……뭐 할 거야?
카인
글쎄……. 뭐 하는 걸 좋아해?
오웬
……몰라…….
소심하게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오웬이 고개를 숙였다.
평소의 긴장감은 전혀 없다.
속눈썹 그림자의 모양조차 관찰할 수 있다.
카인
이야기하는 건?
오웬
조금, 좋아.
카인
알겠어. 오웬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
오웬
……응…….
오웬은 자신없다는 듯이 답했다.
마치, 미아가 된 아이처럼.
올려다보는 눈빛은, 내 기분을 살피는 듯했다.
이 오웬은 내가 자신을 좋아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무서워하지 않도록,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카인
가족은?
오웬
……몰라…….
카인
그래……. 어디에 살았어?
오웬
……몰라……. 어두운 곳…….
카인
그래……. 그랬구나……. 가엽게도.
오웬이 고개를 든다.
나는 오웬이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착하게,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카인
………….
갑자기, 오웬이 내 팔을 붙잡았다.
경계하며 숨을 죽인다.
진흙으로 더러워진 손끝이 내 소매를 적셨다.
수줍어하며, 오웬이 행복한 듯이 미소지었다.
오웬
하지만, 기사님이 와줬어.
나는 놀랐다.
부드럽게 웃는 오웬은, 소극적인 호청년처럼 보였다.
긴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 같다고, 착각하게 되어버린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은색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오웬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카인
………….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나는 내 손목에 걸린 오웬의 손가락을 천천히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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