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저의…….
브래들리
어. 혼자서 암석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은, 애가 탄다는 얼굴을 해대고.
네놈이 생각해서 네놈이 우리한테 시키고 싶은 게 있다는 거잖아. 울상 짓지 마.
카인
브래들리. 아키라는 우리를 진지하게 생각해 주고 있는 거야.
그래서 그 책임의 무거움에 고민해서…….
브래들리
그게 잘못됐다는 거야. 우리가 둥지 안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병아리처럼이라도 보이는 거냐?
제대로 여길 봐.
아키라
………….
한쪽 손으로 턱을 붙잡힌다.
브래들리는 호통치는 것도 아니고, 야단치는 것도 아닌 온화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내게 말했다.
일찍이 그를 경모해 따랐던 부하를 지켜보는 듯한 눈빛으로.
브래들리
잘 들어, 현자. 우리는 마법사야. 너보다 오래 살았고 너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어.
네가 정한 일이라고 해도 그걸 따르겠다고 정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실패했다고 해서 네놈을 탓하거나 하진 않아.
그 말을 들은 순간,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어져서 눈물이 북받칠 것 같아졌다.
그의 말대로 불안해서,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내 최대한의 아이디어를 모두가 마음에 들어 해줄 거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미움받고, 야단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나약함을 내보이고 마음이 녹초가 되어간다.
브래들리는 그런 나를 웃어넘기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봐 주었다.
말로 잘 담을 수 없지만 나를 똑바로 바라봐 주고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혹독한 북쪽 국가의 대지에서 도적단을 이끌었던 브래들리.
그가 수많은 부하들에게 경모받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브래들리
알겠냐, 아키라. 우리는 우리의 책임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해.
자신의 마음으로 네놈을 믿겠다고 정한다고. 네놈이라면 틀리지 않을 거다. 그런 거 아무도 생각 안 해.
네놈이랑이라면 실패해도 돼. 그렇게 생각하니까 여기 있는 거야.
알겠냐?
아키라
……, ……네…….
브래들리
좋아. 그럼 바들바들 떨면서 우리 안색 살피는 건 관둬.
우리를 자기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주제에 나중에 불만이나 내뱉는 속 좁은 녀석들처럼 다루지 마.
우리한테는 긍지가 있어. 천한 녀석들처럼 취급받으면 어이없고 짜증나.
우리한테 긍지를 하사해. 네놈이 우리를 높게 다루면 우리도 크게 일해줄게.
높게 다루라는 건 보상을 달라는 게 아니야.
가치를 원하는 거야. 신뢰라는 건 가치야. 네놈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거야.
괴롭다는 얼굴로 미안하다는 듯이 일을 내리지 마.
일을 내릴 거라면 최고의 보석처럼 내려. 네놈의 부하가 가슴을 펼 수 있게 해.
누구든 가치 있는 역할을 완수하고 싶어해.
우두머리가 할 일은 네놈을 따라오는 녀석들에게 가치를 내려주는 거야.
알겠냐?
아키라
……, 네…….
브래들리
좋아, 착하네. 울지 마. 고개 들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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