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틸, 리케
…………!
리케
미틸! 미틸만이라도 도망가요……!
미틸
리케를 두고는 못 가요! ……와, 왔다…….
도끼를 든 미노타우로스의 거대한 그림자가 무서워하는 미틸과 리케의 몸을 덮어 가린다.
미틸은 눈 깜짝할 새에 리케를 감쌌다.
크게 뜬 리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쥐어짜듯이 미틸이 소리쳤다.
미틸
어머님, 살려주세요……!!
미틸의 목소리에 답한 건 천국에 있는 그의 상냥한 어머니가 아니었다.
북쪽의 마법사 브래들리다.
브래들리
《아드노포텐시움》!
미틸
…………!
미궁의 정원 안쪽에서 장총을 겨누고, 브래들리가 미노타우로스를 저격했다.
머리를 맞은 미노타우로스는 위엄 있는 소리를 내며 지면에 쓰러졌다.
미틸
브래들리 씨!
리케
브래들리!
안도와 환희를 띤 소년들에게 브래들리가 웃어 보였다.
브래들리
미안미안! 늦었어!
재채기로 날아가버려서 말이지. 연발해서 여기까지 왔어. 우연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경쾌하게 이야기를 계속하려다, 브래들리는 눈치챈 것 같았다.
소년들의 젖은 눈동자와, 부은 발목과, 까진 빨간 팔꿈치를.
온화하게 미소짓는다.
브래들리
너네, 남자답네. 열심히 잘했어.
브래들리의 칭찬에 리케와 미틸은 동시에 우는 얼굴이 되었다.
미틸, 리케
……, 열심히 했어요!
브래들리
우는 건 아직 일러.
그 말을 듣고 미틸이 뒤를 돌아보았다.
저격당한 미노타우로스가 천천히 큰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불사신을 떠올리게 하는 강함에 미틸이 새파래졌다.
미틸
……, 아……! 총알이 머리에 맞았는데도…….
브래들리
……일어났어. 끈질긴 자식이네. 뒤는 나한테 맡겨.
그때, 숲 저편에서 비틀비틀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시노와 히스클리프다.
둘 다,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흠뻑 피에 젖어 있었다.
시노
……, 브래들리.
브래들리
동쪽의 꼬맹이. 네놈이 제일 심한 상태야. 물러서.
시노
하……. 하…….
시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 피로와 분함이 비치고 있다.
미노타우로스를 상대로 사투를 펼쳤던 시노다.
자신의 손으로 끝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평소의 시노라면 이의를 제기했을 터다.
그렇게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시노는 지쳐 있었다.
그런 시노를 히스클리프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히스클리프
………….
브래들리, 기다려.
브래들리
뭘, 도련님.
히스클리프
저 녀석의 숨을 끊는 걸, 조금만 더.
브래들리
어려운 주문이네.
히스클리프
1분……. 30초면 돼.
브래들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히스클리프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시노의 눈앞에 섰다.
거친 숨을 내쉬며 시노가 히스클리프를 말없이 올려다본다.
히스클리프
시노. 파우스트 선생님에게 들었던 말, 계속 생각했어.
시노
……파우스트?
히스클리프
내가 어중간하니까 마음껏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시노
………….
브래들리
5초 전! 이쪽으로 왔어!
히스클리프
시노. 히스클리프 블랑솃의 이름으로 명할게.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따와.
시노
………….
그 순간, 시노의 눈이 반짝였다.
강한 바람이 불고, 잿빛 구름이 걷혀 파란 밤하늘이 보인다.
달빛 아래, 시노는 웃었다.
시노
……하명대로!
히스클리프도 멋쩍게 웃었다.
시노는 통증을 잊은 것처럼 달려나갔다.
시노
브래들리! 비켜! 저 녀석은 내가 처리할 거야!
브래들리
눈에 생기가 돌아왔네. 저 녀석은 북쪽의 마법사에게도 만만치 않은 마수야.
네놈이 할 수 있겠냐?
시노
할 거야. ……해 주지!
브래들리
앗하하! 좋아. 공로를 세우고 와. 원호해줄게.
시노
죽지 마.
브래들리
네놈이야말로 실수하지 마. 내가 죽여버릴 거니까.
《아드노포텐시움》!
미틸
미노타우로스의 발에 맞았어……!
리케
무릎을 끓었어……!
브래들리
낫이 닿기 쉬워졌지, 동쪽의 꼬맹이.
시노
애 취급하지 마……!
큰 낫을 들고 시노가 달려간다.
그 등을 밀듯이 히스클리프가 소리쳤다.
히스클리프
가! 뛰어, 시노!
미틸
시노 씨, 힘내요……!
리케
힘내요!
시노
……, 이걸로 마지막이야! 소 자식……!
《맛차 ・ 스디파스》!
미노타우로스의 머리 위에서 시노의 낫이 크게 번쩍인다.
두꺼운 목이 몸통에서 떨어져 높게 하늘로 올라갔다.
히스클리프
……죽였어……!
미틸, 리케
됐다……!!
브래들리
핫핫하! 기세 좋게 목을 날렸네!
히스클리프
됐어! 시노……! 대단해!
시노
……, 하…….
더 칭찬해!
히스클리프
대단해, 대단해!
시노
흐흥!
루틸
《오르토닉 ・ 세토마오제》!
……, 가시 덩굴이 무한히 덮쳐오네요. 쓰러져있는 사람들은 무사할까요……?
피가로
잠들어있는 모양이네. 그랑벨 성의 가시의 유령의 성 저주를 풀면 눈을 뜰 거야.
루틸
저주를 풀지 못하면요……?
피가로
저주받은 유령의 성의 제물이 되어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한 채로 차원을 헤매게 돼.
하지만 걱정할 것 없어. 마수들을 쓰러트리고 의식을 거행한 자를 찾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뜰 거야.
…………!
루틸
왜 그러세요,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루틸, 물러서. 이 벽 너머에서 강한 마력과 적의가 느껴져.
루틸
새로운 마수인가요?!
피가로
아니……. 뭔가 아는 것…… 같은…….
기다려, 기다려! 오웬!
오웬
《크레 ・ 메미니》
피가로
《폿시데오》!
오웬
……, 피가로…….
피가로
위험해라. 하마터면 동료를 공격할 뻔했어.
루틸
클로에! 라스티카 씨!
클로에
루틸! 무사해서 다행이야!
루틸
카인 씨는……?!
라스티카
여기 있어.
카인
……, ……으…….
피가로
의식은?
클로에
끊겼다가 돌아왔다가 해. 라스티카가 그러라고 해서 계속 말을 걸었는데…….
피가로
고마워, 중요한 거야. 카인. 카인, 들려?
카인
……, ……으…….
오웬
야! 죽어가는데 무리해서 말하게 하지 마.
하하……. 정체를 알았어. 임종을 보고 즐기고 있는 거지. 죽어가는 벌레를 툭툭 찌르는 것처럼.
네가 의사라니,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너야말로 무서운 북쪽의…….
피가로
오웬, 조용히 해. 한쪽 눈만 남기고 멀리 내쫓을 거야.
아아, 이건 심하네. 커다란 짐승에게 물린 상처야. 무슨 마물한테 당한 거야?
카인
……으, ……케…….
케르베로스…….
피가로
………….
오웬
이쪽 보지 마.
카인
……오웬은 나쁘지 않아. 내가…….
오웬
하……?
카인
……윽, …….
오웬
내가 나쁜 거잖아!
카인
……, ……하…….
피가로
카인. 카인, 의식을 잃지 마. 다들 카인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줘.
클로에
카인!
루틸
카인 씨, 정신 차려요!
라스티카
카인, 괜찮아.
오웬
………….
피가로
괜찮아. 너는 내가 반드시 살릴 거야.
《폿시데오》
바닷바람이 강함을 늘리고 있었다.
앞머리를 흩날리면서 아서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아서
…………! 저게 리바이어던……!
크다……!
미스라
루틸이랑 똑같은 반응하지 말아주세요.
그림 속의 스노우
아서여, 우리가 지도하마. 보검으로 바다에 봉인의 마법진을 그리는 게다.
그림 속의 화이트
미스라는 마법진이 그려질 때까지 미끼가 되어 바닷속을 향하거라.
그림 속의 스노우
아서가 마법진으로 리바이어던을 바다에 붙들어 매면 미스라가 숨을 끊는 게다.
그림 속의 화이트
두 사람 다, 알겠는가?
아서
알겠습니다!
미스라
해줄게요.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호호호! 작전 개시다!
아서
미스라, 잘 부탁해!
미스라
뭔가요, 그 손. ……아까 전부터 오즈의 냄새가 나는데요.
아서
오즈 님께 마력을 받았거든. 이건 하이터치야.
미스라
네에.
손바닥을 마주치며 아서와 미스라는 빗자루를 타고 수평선과 나란히 날았다.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의 공격에 도발당해 빌딩보다도 거대한 리바이어던의 몸이 그의 뒤를 쫓는다.
리바이어던에게는 고속으로 달리는 거대선 같은 중후한 박력이 있었다.
하지만 미스라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여유 있게 바다 위를 날아갔다.
입을 크게 벌린 리바이어던이 물려고 든 순간, 미스라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라비아이던에게 쫓기며 빠르게 바닷속을 헤엄쳐간다.
거리를 좁히는 리바이어던을 능숙하게 피하며 미스라는 마도구인 해골을 꺼냈다.
해골로 공격을 반복하면서 리바이어던이 떠오르지 않도록 유도한다.
바닷속에서 수면을 올려다본 미스라는 빗자루에 탄 아서가 보검으로 그리는 마법진의 거품을 보고 있었다.
그림 속의 스노우
붉은 비단실을 수면에서 불태웠는가?
아서
네!
그림 속의 화이트
커맨딩 오일을 보검 칼레트불프의 위에 한 방울 떨어트렸는가?
아서
네!
그림 속의 스노우
좋다. 그럼, 봉인의 식을 시작하마!
그림 속의 화이트
그대가 그린 마법진에, 미스라가 리바이어던을 유도할 게다!
아서
알겠습니다.
《파르녹턴 ・ 닉스지오》!
한쪽 손에 마도구를, 한쪽 손에 보검 칼레트불프를 들고, 아서가 주문을 외웠다.
수면을 베어내듯이 보검 칼레트불프로 무언가를 그려간다.
그것은 마법진이었다.
파도 위를 춤추듯이 움직이며 아서가 물의 마법진을 그려간다.
마지막 원을 그리자, 바다에 그린 마법진에서 해저화산이 분화한 것처럼 물이 격하게 튀어올랐다.
아서를 중심으로 한 원기둥 형태로 높은 물보라가 하늘에 튀어올라간다.
아직 소년다움이 남은 아서의 투명한 푸른 눈이 왕자의 위엄을 머금고 빛나고 있다.
아서
미스라, 부탁해!
달빛과 물보라를 맞으며 쌍둥이는 같은 얼굴로 바다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생긋이, 스노우와 화이트가 동시에 웃는다.
마법진을 향해 헤엄치는 미스라를 아무것도 모르고 사납게 쫓는 라바이어던을 보았기 때문이겠지.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걸려들었구나!
미스라가 바다 위로 날아오른다.
그 뒤를 쫓아 리바이어던이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
《파르녹턴 ・ 닉스지오》!
마법진이 강하게 빛난다.
바다 위에 고개를 내민 리바이어던의 큰 몸은 빛의 마법진에 붙잡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밤하늘에 올라간 미스라가 빗자루 위에 올라서서 사납게 날뛰는 리바이어던을 내려다본다.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미스라는 나른한 듯이 해골을 집어던졌다.
미스라
《아르시무》
거대화한 해골이 위협하듯이 크게 입을 벌린다.
그 입에서 얼어붙을 것 같은 바람이 불어나왔다.
웅웅거리며 우는 차갑고 사나운 바람은 바다도, 밤의 공기도, 물보라도 가차없이 하얗게 얼려간다.
불사의 악마 같았던 리바이어던도 금세 하얗게 얼어갔다.
마법진에 붙잡히지 않았더라면 다른 물가로 이동해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서
대단해…….
숨을 하얗게 흐리며 아서는 미스라의 압도적인 마력에 순수한 감탄을 띠고 있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는 그다.
한밤중의 지배자라고 하기에는 졸린 듯한 눈으로 미스라가 눈을 깜박였다.
미스라
끝이에요.
탁, 미스라가 손가락으로 소리를 낸다.
소리를 낼 틈도 없이 리바이어던은 산산히 부서져 흩어졌다.
우박처럼 뿔뿔이 수면에 쏟아진다.
우박에 맞지 않도록 아서가 그림으로 덮어 가리며 피했다.
아서
됐어, 미스라!
그림 속의 스노우
아야, 아야!
그림 속의 화이트
이놈, 아서! 우리를 우산 대용으로 쓰지 말거라!
아서
죄, 죄송해요!
아서가 허둥대며 그림을 내렸다.
그런 광경을 보며 미스라도 웃고 있었다.
걱정이 없는, 소년처럼.
미스라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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