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
《폿시데오》
피가로가 주문을 외우자 넓은 바다 위로 커다란 회오리가 일었다.
빙글빙글 소용돌이를 휘감고 바다와 하늘을 잇는 거대한 기둥이 생겨난다.
엄청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피가로는 바다신처럼 여유 있게 미소짓고 있었다.
결실의 황토색과 폭풍의 회색을 섞은 불온하고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고 오브를 든다.
그러자 거대한 회오리는 엄청난 기세로 리바이어던을 향해 직진해갔다.
하늘과 바다를 휩쓸며 그는 수술 전의 의사처럼 손을 뻗어 가볍게 손가락을 구부리며 부른다.
미스라
이리 와, 미스라. 협공하자.
피가로의 시선 끝.
리바이어던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바다 위에 미스라가 있었다.
미스라
지시하지 마세요.
피가로의 말에 미스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피가로에게 호응하듯이 마도구인 해골을 한 팔에 껴안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거디한 회오리에게서 도망가듯이 시야의 중점도 바다로 뛰어들어간다.
미스라는 어두운 바다의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반짝이는 무수한 거품이 정령처럼 그에게 엉겨붙었다.
미스라가 손을 놓자 해골은 순식간에 바다를 떠돌았다.
곧이어 거대한 해골이 되어 포효하는 맹수처럼 커다란 입을 벌린다.
미스라의 입이 소리 없는 말을 새긴다.
미스라
《아르시무》
다음 순간, 해골의 열린 입에서 얼어붙은 파란 불꽃 같은 것이 사출되었다.
엄청난 속도로 토해진 얼음 불꽃은 금세 바닷물을 하얗게 얼리며 얼음 드릴처럼 뻗어갔다.
리바이어던의 배를 향해서.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회오리에 먹혀 얼음 기둥에 관통될 터였다.
하지만 홀연히 모습을 지워버렸다.
그 정도 크기의 마물이 한 순간에 소멸된 광경에 나는 깜짝 놀랐다.
피가로
어라. 다른 물가로 이동했네.
리바이어던이 사라진 탓에 거대한 회오리와 얼음 기둥이 격돌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물보라를 일으켰다.
피가로
……, 미스라……! 그만해, 나한테 오잖아!
미스라
……, 푸핫……! 제가 할 말인데요! 회오리에 빨려올려갈 뻔했잖아요!
루틸
두 분 모두 괜찮으세요?! 리비는 대체…….
그림 속의 스노우
다른 물가로 이동한 걸세. 리바이어던을 마법진에 가두지 않으면 무한히 이동을 반복할 게다.
그림 속의 화이트
그랑벨 성에 돌아간 걸지도 모르겠구나. 미스라, 서둘러 공간을…….
피가로
아니요, 여기로 돌아올 거예요. 그 여자가 말한 대로 리비에게는 큰 바다인 쪽이 유리해요.
여기서 우리의 숨을 끊어서 두 번 다시 방해받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림 속의 화이트
그렇군. 허나 괜찮았던 겐가. 피가로야.
피가로
뭐가요? …………. 아……!
루틸
피가로 선생님……. 미스라 씨와 같을 정도로 강하시군요. 대단해요……!
피가로
으음…….
미스라
같을 정도 아니에요. 제가 더 위예요.
피가로
그래그래. 완전 위, 완전 위.
미스라
취미라면서요? 당신의 놀이에 루틸도 미틸도 어울리고 있는 거군요.
이런 때에도.
피가로
………….
루틸
취미……? 놀이라니, 무슨 얘긴가요?
피가로
……으음…….
미스라
…………!
그림 속의 스노우
리바이어던이 다시 돌아온 것 같구나!
그림 속의 화이트
그 여자도!
바이올렛
《보로 ・ 하베레》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노스콤니아》
피가로
……, 마법진을 그려서 리바이어던을 봉인해야 해. 끝도 없이 이동을 반복할 거야.
아아, 의식에 필요한 도구를 그랑벨 성에 두고 왔어. 심지어 아직 다 모으지도 못했고…….
루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루틸, 물러서!
루틸
죄송해요! 이런 때에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전해두고 싶어서요!
저희, 얼마든지 어울릴 거예요! 피가로 선생님의 놀이!
피가로
………….
루틸
어떤 놀이든, 어떤 때든! 피가로 선생님이 하고 싶으시다면!
그야, 피가로 선생님은 저희의 은인이고, 저희는 피가로 선생님을 좋아하니까요!
피가로
……루틸…….
그림 속의 스노우
무엇이 취미인가. 바보 같은 녀석.
신을 따라하는 것이 놀이인가, 평범한 자를 따라하는 것이 놀이인가.
그림 속의 화이트
이보게, 스노우.
그림 속의 스노우
더 간절한 것일까.
피가로
………….
그림 속의 스노우
루틸이여. 피가로는 오늘 밤을 위해 오즈의 피를 매개로 빌렸네.
마법사의 피, 머리카락, 손톱이나 뼈가 매개가 된다는 것은 가르쳤었지.
루틸
어머, 그랬군요! 피가로 선생님! 그래서 그런 회오리를!
피가로
………….
실은 그래! 그러니까 오늘은 피가로 선생님한테 맡겨!
루틸
와ー! 멋있어ー!
미스라
제가 훨씬 더 멋있지만요.
그림 속의 화이트
호호호. 얄미운 짓을 하는구나, 스노우.
그림 속의 스노우
호호호. 가끔은 스승 다운 모습을 보여 두어야지.
그래. 진짜 오즈의 피를 매개로 한 쳐너들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바이올렛
바닷속에 가라앉아 돌이 되어라.
《보로 ・ 하베레》
미스라
좋아요…… 다음은 안 놓쳐요.
통채로 구워서 먹어드릴게요.
아키라
……, ……윽…….
오비시우스
시시한 저항은 관둬. 그 가시 덩굴은 넌 풀 수 없어.
아키라
………….
(어떻게든 해서 이곳을 탈출해야 해……. 주범은 여기에 있다고 모두에게……)
(……어라……?)
(……뭘까, 저기……. 어둠 한 켠에 있는 보라색 조각……)
(빛나는 벌레……? 빛나는 꽃잎……? 아니야, 돌이야……. 혜성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어)
(저 퍼플 사파이어 빛,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한편 그랑벨 성의 상공에서는…….
마법사들이 바질리스크와 소녀를 쫓고 있었다.
샤일록
《인비벨》
시안
……, ……안개가……. 앞이 보이지 않아…….
겁먹지 마, 괜찮아…….
브래들리
그건 어떠려나.
시안
…………!
브래들리
《아드노포텐시움》!
시안
날개를 공격당했어……! 안 돼, 제대로 날아줘…….
무르
어디 가? 술래잡기?
시안
………….
무르
아하하! 기다려!
시안
하……, 하……!
네로
얼굴이 새파래, 시안.
시안
…………! 네로…….
네로
단념해. 이래봬도 여기 있는 녀석들은 노련하고 뛰어난 자들이 모였어.
넌 이길 수 없어.
시안
…………. 《보로 ・ 하베레》!
네로
말해도 모르는 건가…….
《아드노디스 ・ 옴니스》!
시안
꺅……!
네로
다음은 드레스가 아니라 네 몸을 나이프가 관통할 거야.
브래들리
네로! 번거로운 짓은 그만둬!
네로
브래드…….
브래들리
바질리스크 위에 올라타! 내가 양동 1해줄게!
네로
……알겠어!
브래들리
샤일록, 원호를 부탁할게!
샤일록
알겠어요. 그 대신 네로가 그녀를 죽이게 하지 말아주세요.
브래들리
묘한 거래네.
샤일록
네로는 다정한 사람이니까요. 저 소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면 백 년이고, 이백 년이고 마음에 병을 얻을 거예요.
그의 한밤중의 한숨은 은은하고 풍미가 깊지만 그 수는 늘리고 싶지 않아요.
브래들리
너도 성격 좋네. 베넷의 가게가 신주의 환락가에서 인기였던 이유를 알겠어.
샤일록
다음에 천천히 놀러와주세요.
브래들리
좋아. 죽일 땐 내가 죽일게. 거기다 저 녀석은 살아 있는 게 아냐.
샤일록
네?
무르
네로가 바질리스크의 등에 착지했어!
네로
……, 하……. 가만히 있어, 이 자식!
……착하다 착하다, 얌전하게 있어. 내 고삐를 다루는 실력으로 착한 아이로 예의범절을 가르쳐줄게.
시안
그 아이를 돌려줘……! 《보로 ・ 하베레》
네로
…………!
무르
네로, 엎드려!
《에아뉴 ・ 랑블》!
시안
……, 튕겼어……!
네로
……, 고마워!
무르
천만에!
네로
무르! 뒤로 돌지 마! 뱀 꼬리 쪽을 도발하면 산(酸)을 뿌릴 거야!
무르
일부러야!
네로
하?! 왜?! 그것도 서쪽 국가의 고상한 취향이냐?!
무르
서쪽 국가의 고상한 취향?
네로
최고면서 최악 같은…….
무르
그건 샤일록 취미!
샤일록
후후, 폭로하지 말아요.
브래들리
앗하하! 좋은 취미야. 즉 나 같은 남자라는 거잖아?
네로
잘도 말한다. 그럼 답은 뭐야?! 일부러 산을 뒤집어쓰려고 하는 이유…….
무르
짠ー! 자, 발밑을 봐주세요!
네로
…………! 바질리스크 뱀의 산으로 성을 둘러싼 가시 덩굴이 녹고 있어!
잘했어, 무르! 대발견이야!
무르
와ー! 대발견!
네로
브래드! 성 바로 위까지 선도해줘!
브래들리
좋아! 따라와, 새 자식!
- 적을 속일 목적으로 결전지가 아닌 다른 쪽에서 공격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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