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토리 2부/제9장 _ 여행의 시작

3화 주문을 풀어서

마호야쿠 번역하는 오믈렛 2022. 10. 10. 22:44

오웬
말해.


카인
내가 작은 너를 화나게 했어. 두고 가려고 했더니, 죽어버리라더라.


오웬
………….

기사님은 기억이 없는 동안의 나를 작은 오웬이라고 부르지.


카인
어린아이 같거든.


오웬
너는 어린아이를 두고 가는구나? 그래도 기사단장이었으면서?


카인
그건…….


오웬은 얼굴을 찌푸리고 나에게 모멸을 향했다.

나는 묘하게 조급해져서 변명했다.
평소에는 생글생글 비웃으면서 경멸하려고 하는 주제에…….

진심으로 낙담했을 때에는 실망을 드러내다니.


카인
변명할게. 나한테 너는 북쪽의 마법사 오웬이었어.


오웬
누구한테든 그래.


카인
아이 같은 언동을 한다고 해도,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혼자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지금은 아니야. 인식을 바꿨어. 너를 혼자 두고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오웬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숨을 내뱉듯이 쓴웃음을 짓는다.

그 표정은, 굉장히 좋았다.
무심코 눈을 빼앗겨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렸을 정도로.

마치 친구 같은 얼굴이었다.



오웬
그렇구나. 그래서 두고 가지 않겠다고 했던 건가.

그럼, 리케나 미틸이나 클로에한테는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 아냐?

내가 애 같아졌을 때는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미스라나 다른 녀석들은 모를 거야.

듣고 있어? 기사님.


카인
어? 아, 뭐라고?


오웬
너 있잖아…….


카인
미안미안, 듣고 있었어.


오웬은 어깨를 움츠리고 트렁크 위에서 솜씨 좋게 양반다리를 했다.



오웬
기사님이 빨리 강해지면 될 거를. 어린 나한테서 정도는 지켜주지 그래. 조그만 녀석들을.


카인
잘 알고 있어. 매일 단련하고 있는데…….


자신의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오웬은 따분한 듯이 다리를 흔들었다.



오웬
주문이 나빠.


카인
주문? 내 마법 주문 말이야?


오웬
그래. 나쁜 건 아닌데, 말이 너무 커.


말이 너무 커?



오웬
그러니까, 너는 아직 완전하게 쓸 수 없어. 뭐, 기사님 다워서 좋지만.


카인
잠……. 잠시만, 오웬. 조금만 더 자세하게 알려줄 수 없을까.


나는 허둥대며 부탁했다.
무언가, 나의 성장의 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웬은 불쾌한 듯이 입을 비쭉였다.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는 것처럼 갑자기 고개를 돌린다.



오웬
싫어. 오즈한테 물어봐.


카인
물론이지, 그렇게 할게. 그런데 가끔 오즈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잘 모르겠는 때가 있어.

오즈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걸 알 수 없다는 얼굴이 돼.

아서와는 오래 알고 지내서인지 잘 통하는 것 같은데……. 나랑 리케는 가끔 그 자리에 남겨져버려.


오웬
너희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왕자님 쪽이 그나마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해. 기질이 가까운 거겠지.


카인
기질?


오웬은 빙그르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오웬
기사님이 오즈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가끔 기사님의 말을 모르겠어.

그러니까 오즈가 그런 얼굴을 하는 것도 이해돼.

말은 제대로 쓰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영향을 줄 수 없어. 정령들도 똑같아.


카인
정령?


오웬
뭘 향해서 주문을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말로 움직이는 건 정령이야.


희미하게 불어온 바람에 나무들의 잎이 술렁이며 흔들리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잎을 따라 이동하는 투명한 이슬.
물을 머금어 부드러울 것 같은 흙냄새.
거대한 나무의 줄기를 비추는 햇빛…….

정령들의 시선이 느껴진 것 같아서, 무의식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킨다.


오웬
네 주문은 네 마력과 나이에 비해 말이 강해. 뭐, 기사님 다워서 좋지만.


카인
말이 강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


오웬
인간이랑 똑같아. 비웃음 당해.


카인
비, 비웃음 당해? 나는 정령에게 비웃음 당하고 있는 거야?


오웬
나쁜 의미 아니야. 흐뭇하게 생각된다는 느낌?


카인
기다려줘, 잠깐만……. 나는 힘껏 폼을 잡았었어.


오웬
멋없다고는 안 했잖아.


카인
하지만, 비웃음 당하고 있는 거잖아?


오웬
아기가 젖꼭지를 물고 세상은 내 것이라고 말해봤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잖아?

 

 

 

'메인스토리 2부 > 제9장 _ 여행의 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6화 나뉘는 의견, 찾는 말  (0) 2022.10.10
5화 아무데도 가지 마  (0) 2022.10.10
4화 어울리는 마법사로  (0) 2022.10.10
2화 처음부터 이렇게  (0) 2022.10.10
1화 돌이 된 후에도  (0) 2022.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