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의 구름이 태양을 덮어 가린다.
눈앞에서 냉소하는 오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의 등 뒤에서는 화단의 식물과 나무의 가지와 잎이 털을 곤두세운 짐승처럼 술렁이며 흔들린다.
꽃잎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흩날렸다.
설탕과자 같은 목소리로 오웬이 속삭인다.
오웬
자, 기사님. 골라봐.
날 위해 침묵을 지킬지, 동료를 위해 내 약점을 퍼트리고 다닐지.
고민할 필요 같은 거 없잖아. 답 같은 건 사실은 정해져 있을 거야.
착한 사람인 척은 관두고……. 싫어하는 녀석까지는 구할 수 없다고 본모습을 드러내.
아무도 기사님을 비난하지 않을 거야. 누구든 너처럼 할 테니까. 응? 기사님…….
몸을 내밀며 오웬이 속삭였다.
내뱉는 숨이 귓볼을 간질인다.
거울로 보는 나의 눈과 똑같은 색을 한 오웬의 눈이 기쁘게 일그러진다.
고민할 필요 같은 건 없다.
오웬의 말대로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료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카인
……나는 고르지 않을 거야.
오웬
…………. 하?
카인
네 허락을 받지 않은 채 말을 퍼트리고 다니고 싶지 않아.
오웬
어째서.
카인
너를 기쁘게 만들 것 같으니까.
오웬은 코에 주름을 만들며 노골적으로 불쾌한 듯 위험한 눈빛을 했다.
오해를 만든 것 같아서, 나는 말을 덧붙였다.
카인
착각하지 마. 너를 기쁘게 만들 일을 평생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야.
내가 널 잘라버리면 네가 엄청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의미로는 기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오웬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최악인 거야. 내가 너한테 허락해줄 것 같아?
너 같은 겁쟁이가 내 의사를 네 뜻대로 바꾸고, 나를 네가 하라는 대로 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카인
성심성의껏 이야기하면…….
오웬
같잖아. 성의 같은 거, 내 개 앞에서는 먹이도 안 돼.
오웬은 두둥실 떠올라 나를 내려다보았다.
뾰족한 구두 끝이 내 코끝에 있다.
오웬
즉, 기사님은 성실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동료의 목숨을 버리는 거구나?
나를 설득하는 사이에 <거대한 재액>의 상처의 내가 리케를 죽여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괴로운 마음이 된다.
망설임이 퍼져서, 나를 몰아세우고 싶어졌다.
하지만 오웬을 배신하고 그의 상처를 퍼트리고 다녀도 분명 똑같은 기분이 될 것이다.
어쩐지, 이건 성가시다.
어느 쪽이든 나는 실패하고, 후회하고, 나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
그게 심술궂은 오웬이 노리는 것인가.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오웬의 발목을 붙잡았다.
카인
있잖아, 오웬.
오웬
하? 뭐 하는 거야?
카인
뭐냐니, 뭐가?
오웬
발을 붙잡고 있어. 죽고 싶은 거야?
카인
늘 갑자기 사라지니까 그렇지.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어.
오웬
발목을 붙잡고 있어봤자 사라질 거야.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너 같은 건 벌레 같은 거랑 똑같아.
카인
알겠어, 알겠어. 손 놓을 테니까 사라지지 마!
하나하나 시끄럽네,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양손을 들고 오웬에게 물었다.
카인
아까, 알고 있다고 했잖아? 내가 널 배신하면 너는 기뻐할 거야. 그걸 하고 싶지 않다는 거.
오웬
그래서?
카인
왜 배신당하고 기뻐하는 거야?
오웬이 입꼬리를 밀어올렸다.
약간 기분 좋은 듯 발끝을 흔들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웬
추한 자신의 정체를 안 기사님이 이 세상에 실망할 테니까.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머리를 싸매고, 초조해하면서 오히려 너를 정의의 사도로 만들어주지 않은 세상을 원망하는 거야.
그런 기사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 화가한테 그리게 해서 성당에 장식하는 것도 좋네. 영웅의 그림보다 더 많은 구경꾼이 올 거야.
카인
(취미 나쁜 녀석이네……)
오웬
어때? 최고지?
네가 돌이 된 다음에도 카인 나이트레이의 이름은 비겁한 사람의 대명사로서 전해져가는 거야.
키득키득 웃는 오웬은 섬뜩하고, 패악하고, 음침하고 흉악해서,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엄청나게 음흉한 발상이다…….
만약 오웬이 내 부하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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