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와 화이트에게 받은 사크 무언가 쨩(정식 이름은 잊어버렸다)은 기묘하게 움직였다.
바닥을 기어다닐 때도 있는가 하면, 둥실둥실 하늘을 날아 새처럼 내 어깨에 멈춰설 때도 있었다.
냐아, 하며 울지는 않았다.
가끔 니니니……하는 목소리? 소리? 가 들렸다.
스노우와 화이트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그 아이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거나,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거나, 졸린 듯 눈을 가늘게 뜨곤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구슬 같은 동그란 눈…….
솔직히, 엄청 귀여웠다.
하지만 나는 사크 무언가 쨩을 안아올리지 않았고, 쓰다듬지 않았다.
먹이도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 아이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아키라
(사역마라고……. 내 대신이 될 거라고 했어)
(이 아이는 고양이가 아니고, 펫이 아니야. 자칫하면 금방 사라져버리는, 마법으로 생겨난 환영 같은 거야)
(고양이를 키우는 게 꿈이었어)
(하지만, 이 아이는 고양이가 아니야)
나는 깔끔하게 선을 긋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사크 무언가 쨩은 둥실둥실 떠올라 내 뒤를 따라왔다.
복슬복슬한 털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꼬리가 흔들흔들 뻗는다.
아키라
(엄청 귀여……. ……아니 아니야, 안 된다니까……)
손을 뻗으려다가 자제했다.
이곳에 스마트폰이 없어서 다행이다.
분명, 사진을 잔뜩 찍었을 테니까.
사크 무언가 쨩에게서 눈을 뗄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지금의 내 마음은, 부슬부슬 끝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쾅 닫혀버린 문과 비슷하다.
나는 사크 무언가 쨩과 함께 마법관의 탑으로 향했다.
지난번 회의에서 정한 것이다.
중앙 국가의 마법사.
그리고 서쪽 국가의 마법사가 서쪽 국가의 수도로 향한다.
동쪽 국가의 마법사들은 동쪽 국가의 비의 거리로 향한다.
북족의 마법사들은 대기.
남쪽의 마법사들은 중앙 국가에서 자선활동을 계속한다.
나는 오늘 중앙 국가의 마법사와 서쪽 국가의 마법사들과 함께 서쪽 국가에 동행하기로 했다.
동쪽 국가로 향하는 동쪽의 마법사들과 아침에 마법관의 탑 앞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키라
어라……? 왜 다들 돌아온 건가요?
마법관의 탑에서 마법사들이 연이어 걸어 나왔다.
두고 간 물건이라도 가지러 온 것처럼.
시노
현자, 뭐야 그거. 사역마야?
아키라
맞아요. 쌍둥이한테 받아서…….
히스클리프
대단하네요. 현자님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니까, 고양이를 닮아서 다행이네요.
이 사역마는 현자님이 사역하시는 거죠?
미소를 건네는 히스클리프에게, 나는 조금 눈썹을 늘어트렸다.
아키라
저는 아마, 사역은 할 수 없을 거예요. 위험할 때 제 대신이 된다고…….
히스클리프
대신이…….
히스클리프는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살핀 듯 입술을 깨물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닫는다.
좋아하는 존재가 자신을 감싸는 스트레스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시노는 히스클리프의 어깨에 가볍게 툭 손을 얹었다.
시노
나랑 같은 일이네.
히스클리프
………….
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히스클리프가 시노를 노려보았다.
시노는 왜인지 만족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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