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내 부탁은 꽤 어렵고, 꽤 무거운 것이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리더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주의에 제멋대로인 마법사들은 누군가에게 지시받는 것을 싫어한다.
리더는 가장 힘든 역할일 것이다.
선생님 역할은 알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바르게 지식을 내어주는 것이다.
비교적 심리적인 부담은 적다.
하지만 리더는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어딘가로 데려가야만 한다.
반발을 받고, 비난받고, 미움받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법사와 인간들의 사이에 서서 다리 역할을 해준 아서조차 솔선해서 리더를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대체 누가 하고 싶어 할까?
모두가 만족할 규칙 같은 건 아직 발견조차 되지 않은 세계에서…….
온갖 사람들로부터 불만을 듣고 주문받는 역할을 선두에 서서 받아들이다니.
망해가는 세계의 지휘관 같은 건, 한 걸음 잘못 디디면 세계를 멸망시킬 리더 같은 건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맡기고 내 일을 하며 세계가 구원받는 것을 기다리고 싶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불행할 미래에 소중한 사람이 집어삼켜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키라
(하지만 내 힘만으로는 어려우니까, 이곳에 모은 다섯 명에게 의지해버렸어. ……면목이 없네……)
내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싫은 역할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수한 동료에게 밀어붙이고 있으니까.
부탁드린다고 말한 내 말에 대해 분명 무겁고 어색한 침묵이 긴 시간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곧바로 카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인
아키라, 딱딱하게 대하지 말아줘. 네 부탁이라면 무슨 일이든 힘이 될게. 의지해줘서 자랑스러워.
아키라
카인…….
거짓 없는 미소를 띤 카인의 모습에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받아들여줄지 어떨지,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만큼 흔쾌한 대답에 구원받는다.
아키라
감사합니다, 카인.
카인
나야말로, 우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카인은 앞으로 나와서 내가 준비한 새로운 현자의 서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한 번 인사한다.
라스티카와 피가로도 뒤를 이었다.
라스티카
중요한 역할을 하사해주셔서 영광이에요, 현자님.
현자님의 대리로서, 현자의 서를 맡을게요.
아키라
감사합니다, 라스티카.
피가로
기꺼이 협력할게. 그런데 너는 이 세계의 글자를 읽을 수 없잖아?
아키라
맞아요……. 그래서 시간이 있을 때 구두로 보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피가로
좋아. 이야기할 시간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야.
아키라
감사합니다, 피가로.
셋 다 웃으며 현자의 서를 받아들여 주었다.
그 속에서 미동도 없이 고뇌하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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