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함께 다가서서

비가 개고 노을진 하늘이 은색과 엷은 붉은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빈센트 씨의 서한은 피가로가 가져갔다.
아서에게 전해두겠다면서.

오즈의 방을 신경 쓰며 클로에는 몇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빨갛게 부은 눈은 슬퍼 보였지만, 하지만 노을에 물들어서 아름다웠다.

클로에
……라스티카, 괜찮겠지? 난 무의식 중에서라도 빈센트 씨를 저주하거나 하지 않았지?

그 질문은 세 번째였다.
라스티카는 질려하지도 않고 매번 신중하게 고개를 저었다.

라스티카
괜찮아. 클로에는 아무것도 저주하지 않았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클로에
……하지만……. 난 라스티카가 생각하는 것처럼 착한 아이가 아니니까…….


라스티카
클로에는 착한 아이야. 지금도 너는 친구와 친구의 숙부님을 걱정하고 있잖니.


클로에
……, 그런 거, 그냥 처신일 뿐일지도 모르잖아……. ……아무한테도 책망받고 싶지 않을 뿐인…….

클로에가 연약하게 눈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갈 곳 없는 등을 라스티카가 쓰다듬는다.

라스티카
그렇다고 해도 걱정하는 마음은 상냥해.

클로에의 불안이 전해져온다.
그럼에도 서로 다가서는 클로에와 라스티카의 그림자는 따뜻한 희망처럼 비쳐졌다.

나는 빈센트 씨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법사는 공생할 수 없다.

그들은 이렇게나 상냥하게 서로 다가가고 있는데.

미간을 좁히는 나를 라스티카가 알아차렸다.
클로에를 어루만지며 살짝 미소짓는다.

라스티카
현자님, 보세요. 물웅덩이에 아름다운 노을이 마치 거울처럼 비치고 있어요.

라스티카의 말 대로였다.
지면에 떨어진 연보랏빛 하늘이 꿈의 세계처럼 반짝이고 있다.

미간의 주름을 풀고, 나는 웃었다.

아키라
예쁘네요. 알아차리게 해줘서 고마워요.


라스티카
별말씀을요. 현자님은 분명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 웃어주셨으면 해서.

라스티카가 빤히 바라봐서 나는 아주 조금 쑥스러워졌다.
다정한 눈빛은 나를 솔직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키라
빈센트 씨의 이야기는 정말일까요? 마법사는 함께 있을 수 없다고…….


라스티카
현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 곳곳을 여행해온 저와 클로에를 보시면서.

장난스러운 라스티카의 눈빛에 나는 눈이 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들은 계속 함께였다.

아키라
그렇죠……. 역시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라스티카
저도 자신 있게 그렇게 생각해요.

라스티카의 말에 클로에도 기쁘게 웃고 있었다.

라스티카
하지만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악기가 늘어날수록 곡을 연주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확실히, 삼중주보다도 많은 악기가 동시에 소리를 내는 교향곡이 더 어려울 것 같다.

라스티카와 클로에도 둘이었으니까 잘 여행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백 명이었다면 어땠을까?

갑자기 라스티카가 살며시 중얼거렸다.

라스티카
중앙이라면 카인, 동쪽이라면 파우스트, 남쪽이라면 피가로 선생님, 북쪽이라면 브래들리일까요.


아키라
네……?

되물으려고 생각했던 때, 클로에가 숨을 삼켰다.

그의 시선 너머에는 오즈가 있었다.

아키라
오즈. 아서는…….


오즈
그랑벨 성으로 돌아갔다.

오즈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거처를 빼앗겨 방황하는 늙은 개처럼 그는 초조하고, 수척하고, 지쳐 있다.

노을진 하늘을 올려다보자 빗자루를 타고 마법관에서 날아오르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클로에
오즈 님, 미안해……. 나 때문에 아서가…….

보라색 눈에 슬프게 눈물짓는 클로에에게 오즈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오즈
정확히 말해라. 너에게는 잘못이 없다.


클로에
……하지만…….


오즈
언젠가 그것이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너에게는 잘못이 없다.

클로에는 망설이며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라스티카도 인사한다.

오즈는 나를 곁눈으로 보고 한 마디 말을 했다.

오즈
……할 이야기가 있다.


아키라
저에게요? 알겠어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