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성대한 마법사

네로는 말없이 파우스트를 돌아보았다.
손뼉을 치며 웃는다.

네로
앗하하!


파우스트
…………? 뭔가 이상했나?


네로
아니이, 역시 난 설명하는 걸 잘 못한다 싶어서. 정말이지, 선생님한테는 못 이기겠네.


파우스트
왜 그래, 갑자기 빈말을 하고.


네로
아니아니, 진심이야.


시노
네로. 너 방금 웃으면서 어물쩍 넘기는 기술을 쓰지 않았어?


네로
조용히 하고 있어, 아기 고양이 쨩.


시노
아기 고양이 쨩이라고 하지 마!


히스클리프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였어. 나도 언젠가 봉인마법을 써보고 싶고, 봉인마법을 풀어보고 싶어.


네로
어. 히스는 잘할 것 같아.

네로는 히스클리프에게 미소지었다.
유능한 제자를 지켜보는 듯한 다정한 눈빛이었다.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파우스트도 미소짓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음침하고 비뚤어진 분위기가 나는 인물이지만 웃으면 다른 사람 같아진다.

가끔 보이는 부드러운 표정은 고결하고 선량한 수도사 같았다.

갑자기 빈센트 씨가 눈살을 찌푸린다.

빈센트
너, 안경을 벗어봐라.

파우스트가 웃음을 지웠다.
노려보지도 않고 빈센트 씨를 한 번 언뜻 본다.

파우스트
거절하지.

빈센트 씨는 미간에 주름을 새겼다.
짜증을 숨기지 않고 드라몬드 씨에게 묻는다.

빈센트
어딘가에서 본 얼굴이다. 저 마법사의 이름은?


드라몬드
파우스트입니다.


빈센트
파우스트?

빈센트 씨는 깜짝 놀라 파우스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중앙 국가에 있어 파우스트의 이름은 특별한 것이다.

초대 국왕 알렉의 친우이자, 그랑벨 왕조의 건국에 협력한 마법사의 이름이 파우스트이기 때문이다.

빈센트 씨의 눈빛에 희미한 망설임과 경의가 떠올랐다.

빈센트
파우스트……. 성대한 마법사라 불린 파우스트 님과 같은 이름이군.

전설과 같은 보라색 눈……. 혹시 그 분의 관계자인가?

파우스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없이 시선을 나누는 사이 빈센트 씨는 위축한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시선을 피했다.

공표할 수는 없지만, 관계자는 커녕 파우스트는 전설의 파우스트 본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역사의 사실과는 다르다.
친우인 알렉과는 치명적인 결별을 맞이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친구 알렉…….
그 자손인 빈센트 씨의 얼굴을 파우스트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긴 정적 후, 시선을 피한다.

파우스트
이 다음은 복잡한 내용이야. 수업에 방해돼. 나가줘.


드라몬드
파우스트……. 빈센트 전하께 실례가 아닌가.


빈센트
아니, 됐다. 그럼 실례하지.

놀랄 정도로 순순한 답을 하고 빈센트 씨는 솔선해서 방을 나섰다.

우리는 망설이며 동쪽의 마법사들에게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복도를 걸으며 빈센트 씨는 독백을 입밖에 담았다.

열띤 흥분을 띠며 차분하지 않게 턱을 어루만지고 있다.

빈센트
……어째서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지. 거울을 비춘 것처럼 꼭 닮았어…….


드라몬드
비, 빈센트 전하?


빈센트
파우스트 님이다. 알렉 폐하께서 그리셨다고 하는 파우스트 님과 꼭 닮았어.


드라몬드
저 파우스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