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
부감?
파우스트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보는 거야.
히스클리프
시노에게는 어려울지도…….
시노
하고 있어.
히스클리프
못 하고 있어.
쓴소리를 하는 히스클리프의 옆에서 네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로
중앙의 마법사보다는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노는 신중하고 주의 깊어. 중앙 녀석들은 멧돼지니까.
동의를 구하듯이 네로가 파우스트에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올곧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실은 그는 중앙의 마법사다.
파우스트
복수마법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게. 복수마법에 익숙해지면 어느정도 고도의 마법을 실천할 수 있게 돼.
시노
하고 싶어.
파우스트
익숙해지면, 이라고 했잖아.
히스클리프
선생님은 하실 수 있나요?
파우스트
어느정도는. 하지만 네로가 더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어.
네로
오, 뭐야. 무슨 마법?
네로를 바라보며 파우스트가 말했다.
파우스트
봉인마법이야.
네로
………….
턱을 괸 채로 네로가 웃었다.
네로
그렇게 잘하지도 않아.
파우스트
고도의 봉인마법은 복수의 매개나 마법진을 사용하는, 기계의 설계처럼 치밀하고 복잡한 거야.
수천개의 톱니바퀴를 동시에 조립해서 그걸 한 순간에 연결할 수 있는 집중력과 전체파악능력이 필요해져.
시노
히스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히스는 시계라던가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하니까.
히스클리프
봉인이라……. 자주 마물이 봉인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보다 강한 마력을 가진 상대도 봉인할 수 있을까요?
파우스트
할 수 있어. 마력의 차이를 기술로 능가하는 게 봉인이야.
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푹 빠져서 듣고 있었다.
문득 떠올라 질문한다.
아키라
봉인마법은 신중한 동쪽의 마법사가 뛰어나다는 이야기인데…….
북쪽의 마법사는 어떤가요? 그들은 자주 오즈를 봉인한다던가, 누군가를 봉인한다던가 하는 말을 하는데…….
파우스트가 입을 열려다가 네로에게 시선을 향한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네로의 모습에 웃으며 손끝을 향했다.
파우스트
말해.
네로
아아, 아니. 그럴 생각은…….
파우스트
네 방에서 마셨을 때 이야기했던 느낌으로는, 봉인에 대해서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어.
시노
그런가. 의외인 특기가 있었군.
히스클리프
요리는 병행 작업의 기본 같은 거니까.
네로
아ー……. 그렇지.
네로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네로
이렇게 생각하면 돼. 일반적인 봉인이라는 건 봉랍이랑 똑같아.
아키라
봉랍? 중요한 편지에 밀랍을 붓고 도장으로 찍어서 봉하는 그거요?
네로
그래. 여는 건 간단하지만 열었다는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열지 않은 척을 하면서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어.
확실히 그렇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네로
북쪽의 마법사의 봉인은 이래. 견고한 바위에 깊은 구멍을 뚫어서 중요한 걸 집어넣고 무거운 뚜껑을 덮어.
물리적으로 아무도 무거운 뚜껑을 치울 수 없어. 하지만 치울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히스클리프
한 번도 열지 않은 척을 하며 다시 한번 닫을 수 있어?
네로
맞아. 그래서는 봉인의 의미가 없어.
아키라
고도의 봉인이라면 그게 불가능한 건가요?
네로는 왜인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수긍했다.
네로
그래. 봉인을 풀려고 하는 순간 마법을 건 당사자가 바로 알 수 있어.
자칫하면 당사자 이외에게도 알리는 장치가 걸려 있지.
숲속에 온통 둘러친 실에 한 번도 걸리지 말고 빠져나가라고 하는 것 같은 거야.
아주 약간이라도 걸리면 숲 전체가 불에 탄 벌판이 되고, 봉인한 마법사가 달려와.
네로의 이야기는 생생했다.
직접 체험한 듯한 긴박함과 까다로움이 전해져온다.
하지만 신기한 점도 있었다.
파우스트가 그것을 입에 담는다.
파우스트
마치 봉인을 푸는 쪽의 시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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