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재액>을 소환하려고 했다고 하는 마법사 노바.
그 마법사를 만날 수 있다면 <거대한 재액>이 예년보다 힘을 늘린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재액>의 상처를 치료할 방법이나 노바의 목적도.
손을 움켜쥐고, 나는 피가로를 올려다보았다.
아키라
노바를 찾고 싶어요. 서쪽 국가와 동쪽 국가, 양쪽에서…….
피가로
알겠어. 내일 바로 준비하자.
샤일록은 내가 옮겨둘게. 현자님은 푹 쉬어.
아키라
………….
피가로
왜 그래?
아키라
저……. 도움이 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현자의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걸까요.
침울해하는 학생을 달래듯이 피가로가 눈썹을 늘어트린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고 하기 전에 스노우와 화이트가 끼어들었다.
스노우
괜찮네 괜찮네, 현자여. 현자의 힘은 고대부터 미지의 기술.
화이트
다룰 수 있는 자 따위 존재하지 않네. 그대는 잘하고 있네.
아키라
정말요……?
스노우
그래그래.
화이트
그대는 다정한 아이로구나.
스노우와 화이트의 상냥한 목소리에 나는 눈물이 맺힐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어린 손이 머리와 등을 쓰다듬자 안도했다.
그때, 기묘한 것을 보았다.
아주 한 순간 피가로가 조소를 띠며 쌍둥이를 흘끗 보았다.
조소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모멸, 분노, 상심을 섞은…….
그래, 의심의 눈빛이다.
이곳에서도 누군가가 누군가를 의심하고 있다.
루틸
………….
레녹스
무슨 일이야, 루틸.
루틸
잠이 안 와서……. 레노 씨는 뭘 하고 있나요?
레녹스
나도 조금 배가 고파서…….
네로
야식을 만들려던 참이야. 맛있는 거 아주 조금이랑 단 술 아주 조금.
루틸
맛있겠다! 저도 받아도 될까요?
네로
물론이지.
루틸
레노 씨, 네로 씨. 빈쎈트 씨의 말을 기억하고 있나요?
레녹스
응?
루틸
마법사는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정말일까요.
레녹스
글쎄……. 일률적으로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어.
남쪽 국가는 잘 지내고 있어. 하지만 그건 개척의 도중이기 때문이라고 피가로 선생님이 말하셨어.
생활이 안정되고 저마다 재산을 손에 넣으면 주변을 의심하기 시작해.
그런 때에 도둑이 들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건 마법사일 거야.
루틸
……저희도 함께 있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나요?
레녹스
어떨까……. 네로는 어떻게 생각해?
네로
나는…… 모르겠네. 난 혼자인 편이 편하니까.
누군가랑 같이 있는다는 건 그걸 위해서 형태를 바꾸는 거야. 있는 그대로는 있을 수 없어.
딱 달라붙기 위해서……. 자신의 형태를 일그러트리거나 타인의 형태를 일그러트리려고 하게 돼.
난 그런 건 사양이야. 그러니까 난 공생하지 않아.
루틸
있는 그대로의 네로 씨와 있는 그대로의 누군가가 함께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네로
어떠려나. 난 뽑기 운이 나빠서.
레녹스
마법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있어. 힘이 강한 마법사일수록 타인에게 맞출 필요가 없어.
마법으로 자연을 다뤄서 세계를 자신에게 맞춰서 살아갈 수 있어.
루틸
세계를 자신에게 맞춰서 살아간다……. 강렬한 말이네요.
레녹스
……그렇지……. 생각 대로의 세계와, 자신이 그곳에 있다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살아가는 편이 편해질지도 몰라.
네로
뭐……. 그렇게 답답하게 생각할 건 없어.
우리가 같이 있을 수 있는 그 동안만 이렇게 조용한 밤에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돼.
루틸
그렇죠……. 건배.
레녹스
건배.
네로
건배.
그날 밤, 잠들지 못하고 마법관의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밤바람은 차갑고 상냥했다.
달을 올려다보려다가 누군가의 모습을 알아차렸다.
라스티카였다.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현자님. ……피곤하신 모습이시네요. 괜찮으신가요?
아키라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라스티카…….
라스티카
부디,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현자님의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하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게요.
음악.
주문을 외우려고 하는 라스티카의 모습에 나는 문득 떠올렸다.
아키라
……그렇지……. 교향곡 이야기가 중간에 끊겼었죠. 악기가 늘어나면 곡이 어려워진다는.
오즈가 와서 중단되어버렸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나요?
라스티카
네. 악기는 마법사와 비슷하다는 이야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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