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토리 1.5부/후편

후편 _ 너에게 꽃을, 하늘에 마법을 25화

마호야쿠 번역하는 오믈렛 2021. 7. 20. 13:09

파우스트
이쪽이야, 레녹스. 현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


레녹스
현자님은 이 성 어딘가에 계셨던 건가요?


파우스트
인형사의 결계 속이야. 지금부터 억지로 공간을 이어서 침입할 거야. 다소 반발은 있겠지만 밀어붙일 거야.


레녹스
알겠습니다.


파우스트
현자가 있으면 오즈가 마법을 쓸 수 있어.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겠지만 오즈와 현자를 접촉시키는 걸 우선하자.


오즈
알겠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트 ・ 무르클리드》





오비시우스
……, 마수들이……. 말도 안 돼……. 내 오랜 비원이 엉망으로!


실크 모자를 벗어던지고, 오비시우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절망과 분노를 띠며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다.

방을 돌아다니며 오비시우스는 혼잣말처럼 빠르게 말했다.



오비시우스
그래서 말했는데! 오즈와 북쪽의 마법사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나는 탈리아를 만나고 싶었을 뿐이야! 마수를 모으고 가시의 성을 소환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는데!

그 분이 5개국 평화 회의 기간 중의 그랑벨 성으로 하라고 하니까!


아키라
(그 분……?)


그때, 이상한 공간에 낯익은 거울이 떠올랐다.

파우스트의 마도구다.



오비시우스
《보로 ・ 하베레》


꼭두각시 인형을 껴안고 오비시우스가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거울이 일그러지며 작아졌다.
하지만 바로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힘겨루기처럼 확대와 축소를 반복해가는 사이에 거울은 점점 커져 눈부시게 빛났다.

한 번 강하게 거울이 반짝였다.
그때…….

내 눈앞에 오즈, 파우스트, 레녹스의 모습이 있었다.



파우스트
……, 하……. 현자……!


아키라
……, …………!


파우스트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비시우스의 마법으로 봉해진 탓이다.



파우스트
마법으로 목소리를 빼앗긴 건가. ……, 네놈…….


내 상태를 눈치채고 파우스트가 오비시우스를 노려본다.

평소의 나른한 그에게서는 상상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지도자의 명민함과 박력이 있었다.

그때, 오비시우스가 나의 뒷목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그대로 내 목에 팔을 두른다.



레녹스
현자님!


오비시우스
물러서! 너희의 현자를 죽일 거야!


오즈
해봐라.


눈을 가늘게 뜨며 오즈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오즈를 알고 있는 것인지 오비시우스의 몸에 긴장이 서린다.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그가 웃기 시작했다.



오비시우스
오즈 따위 무서울까보냐! 날이 밝을 때까지 마법을 쓸 수 없잖아!


파우스트
……어디서 들었지? 마법사의 약점이 되는 정보는 극비사항일 터인데.


오비시우스
내 계획의 지원자다. 하지만 모두 물거품이야.

세 마수를 모아서 차원을 헤매는 환상의 성을 소환해도 이 성의 저주는 풀리지 않은 채로…….

탈리아는 만나지 못한 채야…….


낄낄거리며 목 안쪽에서 웃으며 오비시우스는 왼쪽 손에 검은 불꽃을 꺼냈다.

내 얼굴 앞에서 섬뜩한 불꽃이 흔들흔들 일렁인다.



오비시우스
이제 어떻게 되든 좋아……. 이 세계는 언제든 그래. 미움받은 자에게는 차가운 거야.

이대로 저주받은 성과 함께 차원의 저편에 끌려들어가, 영원히 헤매줄까…….


아키라
……, ……!


오비시우스
현자도, 마왕도, 잠든 인간들도 전부 데리고……!

철학자 무르의 조각이라는 것도, 왕자도, 국왕도, 어떻게 되든 좋아! 탈리아도, 그녀와 보낸 나날도…….

전부 어떻게 되든 좋다고! 특별하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아! 시시하고 쓸데없는 시간이야!

그런 것에 내 인생을 허비해버린 거야!


분노 같은, 비명 같은 오비시우스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순간, 슬픔을 닮은 기척이 전해져왔다.
오비시우스에게서도, 오즈나 파우스트에게서도 아니다.

이 공간…….
섬뜩하고 무서운 가시의 고성에게서.



아키라
(……탈리아?)


구두 소리가 울려 놀라 고개를 들었다.

오즈가 한 걸음 내딛었다.
마도구인 지팡이를 들고, 입을 다문 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온다.

털을 곤두세운 짐승처럼 오비시우스는 거칠게 숨을 쉬며 위협했다.



오비시우스
오즈! 마도구를 보여봤자 소용없다!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


오즈
네 말대로다. 날이 밝을 때까지 나는 마법을 쓸 수 없다. 하지만…….

물리공격을 배웠다.


오비시우스
뭐?

으악……!!


오즈는 지팡이로 오비시우스를 내리쳤다.



파우스트, 레녹스
어?!


마왕이라고 불린 대마법사가 설마 직접 내려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겠지. 

피하지도 못하고 오비시우스가 비틀거렸다.

그 틈에 팔을 풀고 오즈의 곁으로 달려갔다.

이 세계에서, 현자라고 불리는 자에게 어떤 역할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딱 하나 알고 있는 것은…….

<거대한 재액>의 상처로 밤에는 마법을 쓸 수 없는 오즈가 나와 닿으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

세계 최강의 힘을 해방시킬 수 있다.



오즈
《복스노크》


그가 주문을 외우자 내 목에서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아키라
오즈……!


오즈
기다리게 했구나. 현자여.


오비시우스
……, 네놈……!

《보로 ・ 하베레》!


내 뒤에서 오비시우스의 주문이 울린다.

꼭두각시 인형에서 나온 검은 불꽃이 나를 덮친다.

그 순간, 불꽃 앞에 파우스트와 레녹스가 뛰어들었다.



파우스트
손대게 둘까보냐.


레녹스
《포세타오 ・ 메뉴버》


파우스트
《사티르크나트 ・ 무르클리드》


파우스트와 레녹스의 마법이 오비시우스의 검은 불꽃을 막아냈다.
두 사람의 눈앞에서 뜨거움이 무산된다.

오즈는 나를 한 팔로 끌어당기고, 다른 한 팔로 지팡이를 겨눈다.

오비시우스를 노려보고는, 문득, 그는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오즈
마법사의 죽음을 본 적이 있나?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바로는 알 수 없었다.

즉시 솔직하게 답했다.



아키라
없어요.


오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머리를 꾸욱 눌러 아래를 보게 한다.



오즈
《복스노크》


오즈가 주문을 외우자 바람이 불어와 긴 머리를 흩트렸다.

직후, 파란 섬광이 일고, 귀를 찢는 듯한 엄청난 천둥소리가 울려퍼진다.



아키라
…………!


아래를 본 채로, 이어서 나는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타닥타닥 균열이 새겨져 투두둑 갈라지는 맑은 소리.

그 때에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마법사는 죽으면 돌이 된다.

마나석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아름다운 결정이.

오즈의 손이 떨어져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오비시우스는 더이상 그곳에 없었다.

대신 무수한 마나석이 흩어져 있었다.

문득 정신이 아찔해져 나는 눈을 감았다.



레녹스
현자님……!


긴장의 실이 끊긴 탓인지, 레녹스 받쳐지면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짦은 꿈을 꿨다.

꿈이 아닌, 누군가의 기억이었을지도 모른다.

멀고 먼 옛날의…….



무르
네 이야기를 들려줘. 탈리아.

어째서 이런 상태가 된 건지 상당히 흥미가 있어.


탈리아
……, 당신은 무례해……. 나는 당신의 실험체가 아니야!


무르
실례. 근사한 것을 앞에 했을 때 호기심을 멈출 수가 없어서.


탈리아
근사해? 내가? 거짓말이야!


무르
거짓말 아니야.


탈리아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날 동정하는 거야? 나중에 친구에게 이야기하면서 껄껄 웃을 거야?


무르
넌 특별히 유니크하지는 않으니까 웃을 이야기는 안 돼. 친구도 껄껄 웃는 타입은 아니야.


탈리아
그럼 뭐야?! 유명한 철학자 무르 님이 내 어디를 보고 근사하다고 하는 거야?!


무르
주위 사람을 가시로 들이받은 저주받은 마녀에, 예의가 나쁘고, 폭력적이고, 미움받은 자인 점.


탈리아
……, 으으……. 흑……! 으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앙…….


무르
………….


탈리
……역시 놀리고 있었던 거야……! 너무해……! 으아앙…….


무르
……감상적이고 뒤틀린 점은 솔직히 귀찮고 난처해. 손수건 받아.


탈리아
나도 지긋지긋해! 오비시우스가 그랬어. 이 세계는 시시하다고!

이 세계는 선택받은 자의 것. 미움받은 자는 미움받은 자들끼리 지내면 된다고!

인기인인 학자 선생님은 인기인인 누군가와 어디로 가면 되는 거야!


무르
너에 대한 걸 알고 싶은데도?


탈리아
몇 번이고 거짓말하지 마. 오랜 친구인 오비시우스도 내게 관심이 없어.

내게 질문 하나 안 해. 내가 시시한 마녀라서야.


무르
네가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해서야. 누군가가 네게 흥미를 가지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탈리아
……확실히 조금 무서워. 뭘 물어볼지 불안하고, 이상한 대답으로 낙담시키고 싶지 않아.


무르
거봐. 조금 전에 히스테릭해진 것도 공포의 뒷면이야.


탈리아
……내가 무서워하는 걸 알고도 무르는 어째서 질문하는 거야?


무르
난 내 흥미가 더 중요하니까.


탈리아
………….


무르
네 친구는 상냥하네. 하지만 두 가지를 틀렸어.

이 세계는 아름답고 근사해. 그리고 너는 사랑받고 있어.


탈리아
…………. ……누구에게?


무르
이 세계에.


탈리아
…………. ……신사적으로 해줄래? 그럼, 질문에 답해줄게.


무르
물론이지. 내가 잘하는 거야.


탈리아
그럼……. 내 이야기를 할게. 열심히 해볼게…….


무르
기대할게.


탈리아
……, 하지만 따분할지도. 나는 별로……. 특별하지 않아. 근사한 일도 별로 없었고.


무르
탈리아. 네 이야기를 들려줘.


탈리아
…………. 있지, 무르. 나…….

달 위에 선 고성이 되고 싶어. 가시에 어울리는 조용한 성.

오비시우스는 마법사도 인간도 싫어하고, 인형극에밖에 흥미가 없지만…….

보름달과, 이 성과, 장미향을 좋아하니까.

영원히 그가 만나러 와줄 가서의 성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