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쌓이는 갈등

네로
걱정하지 마. 피비린내 나는 무대는 옆으로 넘기자. 우리는 실마리를 모으면 돼.


히스클리프
그렇지……. 오즈 님과 북쪽의 마법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지금만큼은 의지하자.


네로
그래.


히스클리프
……네로.


네로
왜?


히스클리프
시노가 뭔가……. 예를 들자면, 내 이야기 해?


네로
매일 하지. 그 녀석은 내 밥 이야기나 네 얘기밖에 안 해.


히스클리프
아……. 하하……. 그렇지.


네로
………….

무슨 일 있었어? 파고 들 생각은 아닌데, 내가 아는 걸로도 괜찮다면 대답할게.

아무한테도 말 안 해. 시노한테도, 파우스트한테도.


히스클리프
응…….


네로
뭐어……, 그, 뭐냐. 얘기 안 해도 되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히스클리프
미안해. 마음 쓰게 해서…….


네로
됐어, 됐어. 너야말로 고생이네.


히스클리프
………….

네로는 내 <거대한 재액>의 상처, 뭔지 알아……?


네로
……아니…….


히스클리프
정말로?


네로
정말이야. 혹시 알아낸 거야?


히스클리프
……아니. 나는 아무것도 몰라…… ……그런데…….

시노는 아는 것 같아. ……그냥 감이지만…….


네로
……알면 너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비밀로 할 의미가 없잖아.


히스클리프
만약…….

죽고 싶어질 정도로 부끄러운 거라면?


네로
………….


히스클리프
내가 알고 충격받을 상처라면, 시노는 말하지 않을 것 같아…….


네로
……부끄러운 거라니?


히스클리프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르가 옛날에는 서쪽 국가 제일의 천재였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지?


네로
어, 알고 있어. 상당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이었다고.


히스클리프
하지만 영혼이 부서져서……. 샤일록이 시간을 들여서 말과 지식을 다시 가르쳤어.

그 전까지는 동물이랑 똑같이, 옷도 안 입고……. ……말도 못 했대…….


네로
………….


히스클리프
오해하지 말아줘. 나는 무르를 좋아하고,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고, 존경하고 있어.

가끔씩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박식하고 귀엽고, 흐뭇해질 때도 있어. 하지만…….

나는……. 나는 견딜 수 없어. 사람들 앞에서 맨몸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한다면…….

……분명, 죽고 싶어질 정도로 부끄러울 거야…….


네로
………….


히스클리프
……무엇보다, 부모님께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마법사인 내가 태어남으로써 선량하고 훌륭하신 두 분은 모두의 웃음거리가 됐어.

……이 이상 부모님께 폐를 끼치는 일만큼은…….


네로
……히스…….

네 부모……, 부모라고 해야 하나, 부모님이라고 해야 하나, 블랑솃 영주? 주인님?


히스클리프
부르는 법은 뭐든 괜찮아.


네로
으음, 그럼 블랑솃 씨로 하자. 그 사람들은 그거야. 그…….

제대로 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히스를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히스클리프
응……. ……알고 있어……. 내가 떳떳하지 못할 뿐이지…….


네로
…………. ……뭐어, 히스의 입장이라면 고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그래……. 시노가 히스의 <거대한 재액>의 상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히스클리프
………….


네로
………….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거야?


히스클리프
어……?


네로
너는 주군으로서, 너한테 비밀을 만든 부하를 용서할 거야?


히스클리프
………….


네로
숨긴 게 아무리 너를 위해서였다고 해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믿을 수 있어?

나라면 너한테 두 번 다시 신뢰받지 못한다고 해도 모르는 얼굴로 계속 비밀을 지킬 거야.

죽고 싶어진다니, 소중한 주군이 그런 말을 하게 하는 것보다는 나아.


히스클리프
네로…….


네로
………….


히스클리프
……가끔 생각하는데.


네로
응.


히스클리프
네로는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있었던 거야?


네로
………….


히스클리프
느낌이지만……. 그런 것 같아서.


네로
있었어.

하지만 배신했어.


히스클리프
………….


네로
그러니까 날 너무 믿지는 마. 나는 경박한 사람이야. 너희의 신뢰를 받을 가치가 없어.

뭐……. 오늘 당장 내버리거나 하지는 않을 거지만.


히스클리프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거지?


네로
없어. 있었다고 해도, 배신은 배신이야.


히스클리프
하지만…….

……아…….


???
………….

야아, 히스.


히스클리프
안녕하세요. 여기서 머무셨군요.


네로
……, 아…….


히스클리프
네로, 아까 거리에서 만난 사람이야. 이름을 못 들었네요.


네로
도망쳐, 히스……!


히스클리프
어?


네로
그 녀석이 노바야!


히스클리프
…………?!


노바
하하……. 과연.

내가 노바란다.





파우스트
…………!


시노
……왜 그래?

돌연, 네로와 히스의 기척이 사라졌다.

최악의 예감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그 순간 굉장히 냉정해졌다.

동요할 것 같아지는 때일수록 감정의 고양이 자연스럽게 제어된다.

화가 치밀어오르지만, 개인을 버리고 공인으로서 살아온 버릇이다.

파우스트
(히스는 둘째치고 네로가 저항 없이 돌이 되지는 않을 거야)

(만약 만에 하나의 일이 생겼다면, 네로의 기척이 사라지기 직전에 그의 마법의 기척이 강해졌을 거야)

(갑자기 기척이 사라졌어. 그들이 고의로 기척을 죽이고 있거나, 공간마법이야)


시노
……히스의 기척이 사라졌어…….

시노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달려나가려고 한다.

순간적으로 목덜비를 붙잡고 힘으로 붙잡았다.

시노
……, 콜록……! 이거 놔……!


파우스트
진정해.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시노
누가 네 말 같은 거! 네 잘못된 판단 때문에 히스가……!


파우스트
입 다물어!

격한 빗소리 속, 소리쳤다.

말을 잃은 시노가 망연하게 눈을 깜박인다.
그 속눈썹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능한 한 온화하고 조용한 목소리를 만들어, 시노를 흥분시키지 않도록 말했다.

파우스트
황급하게 굴지 마. 사소한 행동 하나로 그들을 궁지로 몰아세울 가능성이 있어.

적과 조우할 뻔해서, 기척을 지우고 지나가게 두려고 하는 걸지도 몰라.

그 경우, 우리가 소동을 일으키면 불필요한 경계를 불러일으키게 돼. 이해했어?


시노
……, 하지만…….

시노의 눈빛은 아직 동요하며 바쁘게 방황하고 있었다.

그의 턱을 붙잡고 억지로 눈을 마주보았다.

파우스트
나를 봐. 지금부터 호텔에 잠입할 거야.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면 두고 갈 거야.


시노
그…….


파우스트
너를 데리고 잠입하고 싶어. 너는 히스의 기척을 잘 알고 있어. 용감하고 강한 마법사야.

시노가 내 눈을 마주보았다.

초조함과 불안을 띠던 시선이 천천히 안정을 되찾아간다.

파우스트
시노. 널 의지하고 있어.

하지만 마음이 거칠어지고 불안정하면 너의 진가는 발휘할 수 없어. 히스와 네로에게도 위험이 닥칠 거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 요구에 응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노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내 손을 쳐낸다.
대담하지만, 그곳에는 차분함을 되찾은 평소의 시노가 있었다.

시노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나는 웃었다.
계산하고 웃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입가가 풀어졌다.

파우스트
좋아. 따라와.

자리에서 일어선다.
시노도 시원스럽게 로브를 뒤집어썼다.
빗방울이 길 위로 떨어진다.

가게 주인
손님…….

미안해 보이는 가게 주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 위에 돈을 놓는다.

성가신 손님이 떠난다는 것을 알고 그는 안도를 보였다.

길드 호텔로 향한다.
나는 로브로 손을 가리고 작은 마법진을 그렸다.

작은 까만 도마뱀이 생겨난다.
도마뱀은 재빠르게 손목을 타고 내려가 젖은 길 위에 나타났다.

기어 돌아다니던 도마뱀은 인적이 없는 곳에서 작은 새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행선지는 마법관.
우리가 전멸한다고 해도 마법관에 정보가 전해질 것이다.

시노
어떻게 한 거야? 마법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


파우스트
다음에 수업에서 가르쳐줄게. 시노, 저번에 수업에서 배운 신호, 기억하고 있지.


시노
어. 추가 시험까지 쳤으니까.

마법으로 마음 속에 말을 걸 수도 있지만, 마법의 기척을 읽혀버리게 된다.

마력이 강한 마법사라면 전하려는 내용도 읽어낼 수 있다.

때문에 약한 마력으로 발신할 수 있는, 동료만이 알 수 있는 신호를 쓰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파우스트
히스와 네로를 발견해도 곧바로 달려가지 마. 노바는 미스라로 변해 있었어.


시노
알겠어.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문을 열고, 실내로 발을 들인다.

시노
……묘한 기척은 없네. 넌 어때.


파우스트
……나도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방심하지 마.

호텔의 프론트를 관찰한다.
여관의 주인 같은 인물과 종업언이 나란히 서서 일하고 있다.

범죄에 연관되어 있는 분위기나, 정체를 숨긴 마법사 같은 분위기도 없었다.

겸손하고, 피곤해 보인다.
하지만 최소한의 붙임성이 있는 인물이다.
음모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건물을 다시 둘러보았다.
원래는 길드의 본부였던 점도 있어서, 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