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저마다의 역할
동쪽의 마법사가 된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동쪽의 마법사는 첩보 활동에 잘 어울린다.
주의 깊고, 신중하고, 경계심이 높다.
적절한 공포심을 품어 너무 겁을 먹지도 않고, 너무 무모해지지도 않는다.
평소에 큰소리를 잘 치는 시노도 공명심이 강한 야심가지만, 결코 분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1
강한 적을 앞에 두면 타인의 배로 경계하고, 신중한 전술로 바꾼다.
시험은 싫어하는 아이지만, 머릿속에서 늘 승산을 계산하고 있다.
험난한 환경에서 자란 탓일 것이다.
시노는 버려져 주워진 아이고, 구빈원 2을 뛰쳐나와 히스와 만날 때까지 혼자 살아왔다.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치러서 어떤 승산을 얻을 것인지 계산하는 것에 익숙하다.
대낫을 휘두르며 눈이 어지럽도록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첩보 활동은 적의 내막에 숨어들어 움직임을 살피는 일이다.
필요한 정보가 손에 들어오면 싸우기 전에 승산을 얻을 수 있다.
시노는 성질적으로는 신중하지만, 히스클리프와 자신의 야심을 위해 희생을 치르기 쉽다.
첩보 활동의 중요함을 알면 부상을 입을 확률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파우스트
시노. 마법관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넌 나랑 갈 거야.
시노
알겠어.
네로
히스는 나랑.
히스클리프
응. 잘 부탁해, 네로.
네로와 히스에게 눈짓을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오늘 행동은 이미 회의를 해 두었다.
우선 네로와 히스클리프가 길드의 흔적의 여관을 시찰한다.
조금 전 네로와 함께 겉을 확인해 보니, 『호텔 임브리움』이라는 간판이 있었다.
네로가 비의 거리에서 가게를 냈던 무렵부터 운영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객실도 많고, 번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시노는 호텔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유사시를 위해 대기한다.
엄격한 법으로 지켜지는 비의 거리는 치안이 좋고, 한적한 지역인 만큼 이단자는 눈에 띈다.
사담이 허락되는 가게도, 사담이 금지되는 가게도, 독서가 허락되는 가게도, 글을 쓰는 것이 금지되는 가게도 정해져 있다.
우리는 호텔이 보이는 경식당의 테라스 석에 앉아서 침묵을 지켰다.
이대로 몇 시간이라도 지켜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음료가 나온 후, 시노가 입을 열었다.
시노
왜 히스를 보낸 거야.
나는 시선으로 시노를 타박했다.
시노는 그가 자주 보이는 반항적이고 귀찮아 보이고 건방진 얼굴이 되었다.
시노
다른 녀석도 가끔씩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 빗소리로 잘 들리지도 않고.
지금까지 한 번도 얘기한 적은 없지만, 나는 시노의 건방진 얼굴을 좋아했다.
젊은이가 젊은이 다운 반발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좋은 시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입가가 풀어질 것 같아져서 일부러 얼굴을 찌푸리고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파우스트
조용히 해. 비의 거리에서는 규칙을 지켜.
시노
네로랑 나를 정찰에 보내고 히스는 대기시켜야 했어.
네가 경험이 많고 나름대로 강하다는 건 인정해 줄게.
파우스트
그건 고맙네.
시노
하지만 너는 자주 인선을 틀려.
몸을 내미는 시노의 모습에 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천천히 책의 표지를 들고 시노의 얼굴을 밀어낸다.
파우스트
말 걸지 마. 책을 계속 읽고 싶어. 이 가게는 사담 금지야. 허락되어 있는 건 독서야.
시노
………….
시노는 불만스러운 듯이 입을 닫고 책에 시선을 떨어트렸다.
책을 읽는 척하며 시선을 들고, 호텔을 관찰한다.
어떤 인물이 드나들고 있는지, 마법의 기척은 없는지.
옆에 있으니 시노의 초조함이 전해져왔다.
시노는 히스클리프가 걱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노는 종자로서, 히스를 위해 공적을 세우고 그에게 칭찬받고 싶어한다.
그러니 히스만이 공적을 세우고 자신은 맨손일 때를 상상하면 진정되지 않는 것이겠지.
시노는 자신이 히스를 위해서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히스가 공적을 세웠을 때 자신이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했다면 존재 의의가 흔들려버린다.
그런 위태로움이 있었다.
파우스트
(……그런데, 이렇게까지 알기 쉬운 건가)
시노가 온몸으로 내보이고 있는 초조함과 불안, 야심, 걱정을 느낄 때마다 나는 나의 젊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스승인 피가로나 심복으로서 나를 따라준 레녹스의 앞에서 내가 어땠는지.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죽이고 감정을 짓누르려고 했지만, 아마도 스며나왔을 것이다.
특히 피가로에게는 한 번 살며시 충고받았던 적이 있다.
그의 수행은 죽을 뻔할 정도로 엄격했지만, 그 자신에게 심하게 질책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는 온화하고, 상냥했다.
무심코 숨을 삼킬 정도의 잔혹한 가르침조차도 담담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그런 그에게 질책받은 적이 있다.
수행을 마치고 알렉과 합류한 후였다.
피가로
파우스트.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 안 돼.
군의 인간들의 수장이 알렉이라면, 마법사의 수장은 너야. 너를 잃으면 마법사들은 동요할 거야.
파우스트
피가로 님이 계십니다. 당신의 지도가 있다면 모두는 저의 돌을 넘어설 수 있을 거예요.
피가로
파우스트. 타인을 너무 신용하지 않도록 해. 나를 포함해서.
파우스트
………….
피가로
알렉을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해. 너는 알렉의 방패가 되어, 그보다 먼저 죽고 싶겠지.
지켜야 할 것을 잃고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마법사 따위는 되고 싶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네게는 역할이 있어. 알렉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초조해져서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 안 돼.
파우스트
초조해져서 목숨을 가벼이 여기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혁명군의 핵심은 알렉이고, 알렉은 인간이에요.
인간인 그를 마법사인 제가 지키려고 하는 건 이상한 일인가요?
피가로
너희만으로 완결되는 관계였다면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너희는 수많은 운명을 끌어들였어.
파우스트
알고 있습니다.
피가로
아니, 몰라.
피가로의 강한 어조는 처음 들었다.
피가로
너는 몰라.
나는 놀랐고, 곤혹스러웠고, 부끄러웠다.
죄송하다고 사과하자, 아니, 라고 중얼거리며 그도 고개를 저었다.
그 광경을 요즘 몇 번이고 떠올린다.
피가로는 평소 초연했다.
비꼬는 듯한 표정을 보일 때는 있어도, 한탄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그에게는 물 위에 떠오른 달의 그림자처럼 덧없는, 슬픔과 증오의 광채가 있었다.
파우스트
(분명 지금의 시노처럼 나한테서 스며나오고 있었던 거겠지……. 젊은 초조함이나 좁은 시야가)
되는 대로 맡게 된 교사 역할이었다.
하지만 시노와 히스, 네로도, 학생들은 솔직하고 귀엽다.
그들의 성장은 나의 기쁨이기도 했다.
부디 마법사로서 성장해, 행복한 인생을 거머쥐기를 바란다.
피가로도 나를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나였다면 학생을 두고 어딘가로 가지 않았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내가 두고 간 레녹스를 생각한다.
그는 나를 찾아 400년이나 되는 시간을 허비했다.
그것은 나의 죄다.
상처입고, 절망했고, 혼란스러웠다고는 해도 그 정도로 나에게 진력해준 그를 진심으로 마주보지 않았다.
레녹스의 충고를 받아들여 알렉을 단념하고 감옥에서 도망치지도 않고, 그저…….
알렉을 믿었다.
화형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관철하면 알렉도 나를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철없는, 새빨간 꿈이다.
그리고 꿈은 산산조각났다.
나는 알렉의 손에 죽을 뻔했고, 생명의 은인인 레녹스를 두고 세간으로부터 모습을 지웠다.
나와 함께 있어서는 그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충성심을 알면서도 얼마나 무책임한 짓을 한 건지.
적어도 여기서 끝이라고, 작별이라고 말했다면 그의 시간을 그만큼 빼앗지 않았을 것이다.
피가로가 나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나는 레녹스에게 등을 돌렸다.
이제와서, 왜 그에게 의지하는 것일까.
시노
어이.
갑자기 시노가 날 불렀다.
길드 호텔에 이변은 없다.
조용하게 있으라며 말없이 검지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시노
네 얼굴이 더 시끄러워. 시도때도 없이 바뀌고 있어.
나는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시노의 지적에 짐작가는 것이 있어서였다.
시노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시노가 작은 목소리로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다.
시노는 이런 점이 상냥하다.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너겠지.
피가로의 마법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 말을 삼켰다.
시노는 치료를 받았다고 했지만, 아마도 마음이나 기억에 관련되는 마법이 걸려 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미 없이 이런 마법을 걸 인물이 아니다.
알기 때문에 더욱 복잡했다.
소중한 학생이 멋대로 무슨 짓을 당했다.
당장이라도 원인을 해명하고 싶은 경계심이나 의심, 불안도 있지만…….
내가 빠트린 무언가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채워준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이나 감사함, 죄송함도 있다.
피가로가 시노에게 묘한 짓을 할 리가 없다.
그 점은 그를 믿고 있다.
400년이 흘러, 아직도 믿는다는 선택지밖에 고르지 못하는 스스로가 바보 같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