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필적에 미소지으며
연구원 할아버지
글쎄요. 가까이 온 <거대한 재액>이 떠나갔던 즈음부터일까요.
한밤중의 식물원에서 망령을 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젊은 자들은 다들 두려워하고 있어요.
클로에
할아버지는 유령 안 무서워?
연구원 할아버지
네. 물주기나 햇볕, 솎아내기를 잘못 해도 시들지 않는 것은 무섭지 않네요.
클로에
식물이 더 무섭다는 거야? 후후, 뭔가 재밌다!
아키라
샤일록, 왜 그래요?
나는 샤일록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나와 시선을 맞췄다.
흔들리는 그의 빨간 눈이 반짝임을 더해서, 곤란한 것처럼도, 즐기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샤일록
현자님, 이 메모를 쓴 인물에 대해 짐작가는 게 있어요.
아키라
짐작가는 거?
샤일록
네. 그리워라……. 아주 잘 알고 있는 필적이에요.
아키라
앗……. 설마…….
샤일록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샤일록
무르의 필적이에요.
클로에
무르?! 설마 영혼 조각의…….
나는 다시 연구 일지를 들여다보았다.
지금의 무르가 가끔 적는 글자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연구원 할아버지
그 위대한 천재 학자 무르 하트?! 이런, 세상에! 그래서 글자를 본 적이 있었던 거야!
하트 박사의 망령이 이 식물원을 찾아왔었다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분명 우리의 견실한 연구를 치하해주시고 계시는 걸 거야! 아아,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어……!
놀라는 우리의 옆에서 연구원 할아버지가 일자를 껴안고 빙그르 돌았다.
수수께끼의 글씨에 입이라도 맞출 기세였다.
일찍이의 무르의 인기에 감탄하게 된다.
클로에
그럼 이변이라는 건, 이 식물원에 있는 무르의 영혼의 조각이 실체화했다는 걸까…….
아키라
그런 거라면 다 같이 나눠서 무르의 영혼 조각을 찾도록 해요.
다행이네요, 샤일록. 조각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샤일록은 친구인 무르의 영혼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흩어진 영혼의 조각을 찾고 있다.
그가 우아하게 인사했다.
샤일록
감사드려요, 현자님.
아키라
연구원분들도, 괜찮으시다면 협력해주실 수 있을까요?
연구원 할아버지
하트 박사와 만날 수 있다면 얼마든지요!
클로에
으음 있지, 이 정도 크기의 예쁜 보라색 조각을 찾아줘. 아니면 보라색 머리카락의 성인 남성.
연구원 할아버지
보라색 조각이나 성인 남성…….
클로에
응응. 쿡쿡, 하고 웃는 느낌의. 냥ー이라고 말하는 쪽은 진짜 무르야.
연구원 할아버지
진짜가 냥ー.
그때, 커다란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우리의 머리 위에 있는 녹색의 그림자, 그 더욱 위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그림자는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아키라
……저건……?!
???
아하하하! 무슨 진짜를 찾고 있다고? 어리석은 인간놈들!
날개를 가진 인물이 소리 높여 웃었다.
날개가 자란 인간은 처음 보았다.
마법사?
마물일까?
혼란하는 나를 곁눈으로 보며 연구원 할아버지가 어깨를 움츠렸다.
연구원 할아버지
저 녀석이 켈빈입니다. 날개는 그저 가장이에요. 저 녀석은 이상한 모습을 해서는 사람들을 놀래킵니다.
지난달에는 허리 아래쪽이 커다란 뱀이었어요.
클로에
카인이 보면 졸도할 것 같아…….
켈빈
아하하하! 멍청한 놈들!
연구원 할아버지
켈빈, 그만 하거라. 현자님과 서쪽의 마법사들이다. 마법사는 너의 동료잖아?
켈빈
서쪽의 마법사들……?
연구원 할아버지
그래. 이곳에 내려와서 이야기를 해 보는 게 어떠니?
나무 위의 인물은 가만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이 흔들린다.
계속 올려다보느라 목이 조금 아프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뭇잎을 흩트리며 그 인물이 눈앞에 내려왔다.
아키라
…………!
사크리피키움
…………!
그레고리
갑자기 뭐야! 위협하지 마!
샤일록
현자님!
아키라
괘, 괜찮아요!
눈앞에 나타난 것은 커다란 날개가 자란 소년이었다.
갈색 곱슬머리에 검은 눈동자.
목에는 이상한 모양의 피리를 매달고 있었다.
켈빈
현자님이라고?
켈빈이라고 불린 소년이 눈꼬리에 주름을 새기며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웃으니 그는 신중한 노인처럼도 보였다.
갑자기 클로에가 목소리를 높인다.
클로에
……, 아…….
클로에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
켈빈을 응시하는 제비꽃 색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떠졌다.
켈빈도 클로에를 보고 숨을 삼켰다.
둘 다 두려워하듯이 외친다.
클로에
라스티카의……!
켈빈
라스티카의……!
아키라
(라스티카?)
켈빈은 당황하며 커다란 나무를 뛰어오르듯이 도망쳤다.
날개를 펼치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클로에
잠깐만……!
그레고리
나한테 맡겨! 쫓아갈게!
그레고리가 화려한 색의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갯짓한다.
샤일록이 클로에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샤일록
무슨 일인가요, 클로에. 그와 아는 사이인가요?
클로에
……, 아……, 으, 응…….
클로에가 겨우 말했다.
마음을 쓰듯이 샤일록이 눈을 감았다.
샤일록
주의가 부족했네요.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클로에
……아, 아니! 괜찮아……, 놀라서…….
연구원 할아버지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저는 먼저 연구실로 돌아가 있겠습니다.
아키라
감사합니다. 식물들 설명, 다음에 또 자세하게 들려주세요.
연구원 할아버지
그럼요, 현자님.
연구원 할아버지는 한 번 인사하고, 연구 일지를 소중히 껴안고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