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야쿠 번역하는 오믈렛 2022. 11. 8. 22:23

그레고리
릴리아나 아가씨의 몸에 일어난 일을 너희에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무쪼록 말을 옮기는 건…….


클로에
안 해! 약속은 할 수 없지만, 우리를 믿어줘.

릴리아나 아가씨와 그레고리는 어떤 관계였어? 서로 좋아하는 사이? 짝사랑?


라스티카
나도 듣고 싶어.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했지.


그레고리는 어깨를 움츠리듯
이 희미하게 날개를 움직였다.



그레고리
바보 같은 말을 하는 녀석이라고 비웃지는 않는구나. 소개했던 대로, 나는 종자야.

이 사랑은 신분이 다르잖아.


클로에
바보 취급 같은 거 안 해.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멋지잖아!


그레고리
……그래?


클로에
응. 나는 응원해. 나도 평민이지만 귀족인 라스티카랑 친구야.


라스티카
그렇지.


그레고리
하하……. 고마워. 마법사들은 자유로워서 좋네.


샤일록
당신도 자유로워요. 얼마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날개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사람도 아니고 새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지도 몰라요.



그레고리의 남색 눈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났다.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레고리
너희, 좋은 녀석들이구나. 아까는 미안했어. 망할 마법사 같은 말을 해서…….


무르
됐어됐어! 얘기 계속해줘!


그레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펼쳐지는 녹색 대지의 끝을 바라보았다.

먼 저편의 약간 높은 녹색의 언덕에 훌륭한 성이 세워져 있다.



그레고리
보여? 저게 코르테제 성이야.


클로에
보여! 언덕 위에 성이라니, 근사하네.


그레고리
코르테제 성은 역사가 깊거든. 주민들도 친근감을 담아서 언덕 위의 성이라고 부르고 있어.

우리는 저 성에서 자랐어.

릴리아나 아가씨는 나보다 5살 아래고, 올해에 18살이 되는 영주님의 외동딸. 나는 23살이고, 아가씨의 시종이야.

평화로운 코르테제 령은, 왕가의 먼 일가라고는 해도 권력 다툼과는 인연이 없는 토지였어.

코르테제의 자랑이라고 하면, 건국과 거의 동시에 설립된 왕립 식물원 정도야.


아키라
왕립 식물원……?


아까 샤일록이 중얼거렸던 식물원을 말하는 걸까?


그레고리
그래. 서쪽 국가의 왕실이 소유한 식물연구시설이야.


아키라
즉, 왕의 연구시설이라는 건가요?


그레고리
그래그래. 먼 옛날, 심한 염해가 일어나서 귀중한 식물이 전부 시들어버렸거든.


두 번 다시 그런 사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위대하신 왕께서 훌륭한 식물원을 건설하신 거야.



아키라
염해라니……. 폭풍이 일어날 때 높은 파도 같은 걸로 소금에 뒤덮여버리는 거요?


샤일록
보통은요.


아키라
보통은?


샤일록
식물원이 생긴 계기는, 마법사가 바닷물을 회오리로 만들어 대지로 옮긴 탓이에요.



나는 말을 잃었다.
그레고리도 몇 번인가 날갯짓한다.


그레고리
역사서에는 큰 폭풍의 재해라고…….


샤일록
제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마법사에 의한 인재예요.


클로에
그 마법사는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샤일록
글쎄요, 이유는 알 수 없어요. 인간의 터전 안에 들어가지 않고 조금 위협해 줄 생각으로…….

인간들이 지키고 있던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생각했던 걸지도 몰라요.

동쪽의 마법사라면 깊은 원한이나, 상응하는 각오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향락적인 서쪽의 마법사의 소행이니, 그저 유쾌범일 뿐이었을지도 모르죠.


클로에
……그래서, 어떻게 됐어?


샤일록
무르가 돌로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그 무렵, 무르는 서쪽의 왕가와 친했거든요.

무르, 기억하고 있나요?


무르
몰라ー!


무르는 빗자루에 신발 끝을 걸고 곡예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법사를 무서워하는 인간의 마음도 이해된다.

마법사들이 사소한 장난으로 무너트릴 수 있는 것들 속에서 생활하는 공포.

매일같이 신경을 마모시키는 듯한 불안과 허무함, 무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