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야쿠 번역하는 오믈렛 2022. 9. 11. 23:34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느긋한 네로의 목소리가 지워낸다.


네로
현자 씨. 샤일록이 내일 하자네. 응? 뭐야, 사역마?


아키라
네?


네로
아아, 미안. 출발. 내일 하래.


네로는 약간 말하기 껄끄러워 보였다.
그의 옆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 무르가 즐겁게 웃는다.



무르
샤일록, 오즈한테 후ー 해서 재밌었어!


아키라
후ー 라니요? 뭘요?


무르
연기를 후ー 하고! 오즈는 싫어했어!


무르는 들떠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샤일록이 오즈에게 연기를 내뱉을 뻔했다는 걸까?

덧붙여 설명하듯이 네로가 말을 이었다.



네로
괜찮아. 일촉즉발이었지만, 왕자 씨랑 기사 씨랑 서쪽 녀석들이랑 우리 선생님이 어떻게든 달래서…….


아키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네로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면 아무 일도 없었는데.


히스클리프
샤일록이 말했어요. 출발을 늦추고 싶다고.

싫은 일이 있어서 상처를 받았으니까, 이런 때에 스스로를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고. 어떻게 말했었지?


시노
자신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던가 뭐라던가.


히스클리프
그랬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바도 세계 구제도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어버리니까.


시노
하지만, 오즈는 서두르고 싶다고 했어.


무르
그랬더니, 생긋이 웃으면서 오즈한테 후ー 했어!


네로
나도 선생님도, 신랑 씨까지 순식간에 새파래졌어.


나는 지난번의 일을 떠올렸다.
<거대한 재액>의 상처 탓에 샤일록의 심장이 불탔던 때의 일.

샤일록은 말했다.
쾌락도 고통도 자신의 것이니, 빼앗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오즈는 곧바로 샤일록의 의식을 빼앗았다.

그때의 일을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우아하게 미소지으며, 눈썹을 밀어올리며 연기를 내뱉는 샤일록.

그리고, 몇 초 늦게 격노하는 오즈.



아키라
(샤일록……. 언제나 상식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의 미의식이나 규칙을 앞에 두면, 오즈마저도 무서워지지 않는 건 무르랑 똑같구나……)

그래서 그……. 괜찮……, 았던 건가요?


시노
일단은. 샤일록은 클로에 쪽이, 오즈는 중앙 녀석들이 데려갔어.

하지만 출발은 내일로 연기야.


아키라
알겠어요……. 그럼, 여러분도 푹 쉬세요.


시노
어.


모두가 떠나가는 속, 무르가 나에게 다가왔다.

두둥실 공중을 날며, 똑같이 공중에 떠 있는 사크 무언가 쨩과 장난을 치고 있다.


무르
쌍둥이한테 사크리피키움을 받았구나! 냥ー!


사크 무언가 쨩은 무르의 흉내를 내는 것처럼 입을 벌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필사적으로 커다란 입을 벌리는 모습은, 갓 우는 방법을 배운 아기고양이 같았다.


무르
현자님, 고양이 좋아하지?


아키라
그, 렇죠…….


무르
이름은 안 지어줘?


물구나무를 서서 공중에 뜬 무르가 사크 무언가 쨩의 뺨을 쓰다듬으며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산들바람이 나무들을 흔들고, 오전의 빛이 부드럽게 쏟아내리고 있었다.

이름 없는 생물과, 영혼이 부서진 마법사와, 어딘가 먼 세계에서 온 내 위로.


아키라
……제 대신이 될 거라고 했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금방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애착을 갖는 게 무서워요.

그러니까……. 이름을 붙이는 건 관두고 있어요.


나는 조그만 쓴웃음을 지었다.


무르는 물구나무를 선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빛을 빨아들이는 녹색의 이파리보다도 선명한 녹색의 눈이 조용하게 가늘어진다.

그 눈빛은, 친근한 친구처럼 애정으로 가득차 부드러웠다.



무르
우리도 똑같아, 아키라.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에, 무언가를 깨닫고, 가슴이 죄여왔다.

긴 인생을 사는 마법사들.

그들에게는 내가,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마음을 주어도, 곧바로 헤어짐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왜 이름을 불러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