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신뢰의 나무블록

아키라
……조금 무서웠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피가로
다행이다.

좋아하는 걸 예뻐하는 듯한 피가로의 다정한 눈빛에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알아차렸다.

반대의 행동을 했다면 나는 그의 신용을 잃었다.

지금과 같은 정도로 마법사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도, 오즈와 카인의 비밀을 이야기했다면…….

나는 피가로의 신용을 잃고 경멸당했을 것이다.
피가로뿐만이 아닌 다른 마법사에게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럼, 신뢰라는 건 결과가 전부인 걸까?

배신, 결별, 거짓말, 불의.

내가 아무리 사랑하고 지켜도 판단을 잘못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걸까?

신뢰의 나무블록을 높은 탑처럼 쌓아올려도, 한 번 틀리면 그저 파편^[각주:1]의 산이 될 뿐?

클로에
아서……!

클로에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라스티카와 나란히 서서 눈물을 머금은 클로에가 달려온다.
다른 마법사들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클로에
아서, 미안해……. 나 때문에…….


아키라
아니에요, 클로에. 제가…….


아서
클로에와 현자님이 사과할 건 없습니다. 두 분의 덕분에 살았어요.

나서서 사과하는 우리에게 아서가 산뜻한 미소를 보인다.

그런 그가 움찔한 얼굴을 보였다.

오즈
아서.

오즈의 목소리다.
돌아보고,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오즈는 굉장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이 얼굴을 하고 있었다면 나는 주저앉았을 것이다.

평소 오즈를 다정한 스승이라며 따르고 있는 아서도 기가 죽어 있었다.

아서
오, 오즈 님…….


스노우
오즈여, 진정하게.


화이트
성급하게 굴지 말게나.


오즈
입 다물어라.

땅속을 가로지르는 듯한 목소리에 쌍둥이는 서로 껴안고 튀어올랐다.

오즈
아서. 약속은 하지 말라고 했을 터다.


아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숙부님의 성의에 응하기 위해 그 이외의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서로 다가서려고 한 끝에 의심받고 거절당한다면 누구든 상처를 받아요.


오즈
약속을 깨트리면 마력을 잃는다. 이런 경솔한 짓을…….


아서
오즈 님의 지시를 어긴 건 반성하고 있지만 경솔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법사와 인간의 밝은 미래를 생각해서 한 일입니다. 제 나름의 최선을 다했어요.

결코 경솔한 마음에서가 아니에요.

가슴을 펴고 아서가 말했다.
오즈는 굉장히 무서운 얼굴 그대로 곤궁해하고 있었다.

오즈의 마음이 이해된다.
아서의 건투를 칭찬하고 싶지만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오즈는 길게 침묵하고 지팡이를 들었다.

오즈
《복스노크》


아서
…………!

다음 순간, 오즈도 아서도 사라졌다.

아서가 있던 곳에 빈센트 씨에게서 받은 보고서만이 떨어져 있었다.

아키라
아서, 오즈…….


피가로
방에서 설교받을 뿐이야.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 걸 깨닫고 이동한 거겠지.


스노우
오즈의 경우, 말을 찾는 시간이 더 길 것 같다마는…….


샤일록
부디 너무 혼내지 않아주시면 좋을 텐데요.

후우, 하고 파이프의 연기를 내쉬며 샤일록도 무르와 함께 나타났다.

여유 있고 농염한 눈빛에는 호의와 애정이 숨겨져 있다.

샤일록
아서 님은 다리가 되어주신 거니까요.

엇갈려서 무너져가려던 클로에와 빈센트 님의 길을 이어주신 거예요.

 

 

 

1. 원문 瓦礫. 와륵. 기왓조각. 가치없는 것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