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VS 서쪽의 마법사
스노우
누구의 이야기인지. 무르는 나를 증오하지 않네. 내가 신세를 망쳤을 뿐인 이야기이지.
화이트
신세를 망친 것은 나일세.
스노우
나와 그대는 하나일세. 그대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네. 즉, 하고 싶은 말은…….
서쪽의 마법사는 승패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세.
녀석들이 바라는 진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별도 목숨도 세상도 천칭에 달아 어떠한 것이든 하는 것일세.
까닭에 강함을 헤아리는 것은 어렵네. 클로에는 미틸도 죽이지 못할 테지만 오즈의 숨을 끊을지도 모르네.
이상적인 옷 한 벌을 위해.
거기까지 말하고 스노우는 웃었다.
스노우
호호호. 옷을 위해 애쓰며 목숨을 잃는 오즈인가. 잠깐 상상하니 재미있구나.
화이트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브래들리의 무릎 위에 드러누웠다.
화이트
까불지 말게. 조금도 재미있지 않네.
브래들리
꺼져, 망할 할아범.
화이트
너무해! 브래들리 쨩!
브래들리
뭐어, 하는 말은 이해했어. 서쪽의 마법사의 강함은 헤어리기 어렵지.
미스라
서쪽의 마법사와 싸울 땐 대체로 자기 답게, 완벽하게 싸울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이제 서쪽이라고 생각한 순간 전력으로 짓밟아요. 자기가 아닌 상태는 싫어서요.
브래들리
거짓말하지 마. 네놈, 멍하게 있으니까 금방 걸려서 상태 이상해지잖아.
화이트
미스라 쨩은 서쪽의 마법사의 자 주목~! 에 금방 걸리는 타입.
스노우
별 수 없지……. 우리, 북쪽의 마법사. 늘 마음이 약간 오픈되어 있다네.
브래들리
샤일록의 매료에 걸려서 꼴사나운 추태 부리고 싶지 않지…….
오웬
그거 진짜 싫어……. 절대로 걸리고 싶지 않아…….
화이트
나는 무르의 도발에 걸려 무한대로 가열되는 것이 무섭구나…….
미스라
무르 정도는 죽일 수 있잖아요.
화이트
그래서일세! 이성적으로는 그 정도의 재인(才人), 죽이는 것은 아깝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런데 도발에 끌려 돌로 만들어버린다면……. 이 세상에 악명을 남기게 되지…….
오웬
이미 충분히 남아있을 것 같은데, 신경 쓰고 있구나.
화이트
그대들도 유령이 되면 알게 될 게다. 살아 있을 때의 흑역사는 사후 신경 쓰이게 되는 것일세.
애제자인 피가로 쨩도 문화인이니 가차없이 나를 경멸할 테고…….
스노우
괜찮네. 그 아이도 발끈하면 손을 대는 타입일세. 그 후 자기혐오에 빠질 테지만.
미스라
서쪽의 마법사의 뭐가 싫냐면, 싸우기 전에는 그쪽이 바보 같은데…….
도중부터 제 쪽이 뭔가 바보 같아지는 점이란 말이죠.
브래들리
알 것 같아.
화이트
그것.
스노우
틀림없네.
오웬
그런데 동쪽의 마법사는 서쪽의 마법사에게 좀처럼 잘 안 걸리지 않아?
브래들리
신중하고 경계심이 높으니까.
화이트
그래서 서쪽의 마법사는 동쪽의 마법사를 좋아하는 것일 테지.
미스라
그래서라는 건 뭔가요?
스노우
북쪽의 마법사도 긍지 높고 좀처럼 굴하지 않는 중앙의 마법사를 좋아하지 않는가.
미스라
안 그래요. 그렇죠, 오웬.
오웬
뭐어…….
브래들리
동쪽의 마법사는 서쪽의 마법사의 속임수가 통하지 않아.
공포심이나 처신이라고 하는 건 유사시에 우수한 무기가 돼.
의외로 동쪽의 도련님이 서쪽의 무르를 돌로 만들거나 할지도 몰라.
빈센트
크흠.
빈센트 씨가 헛기침을 했다.
모두의 주목을 모은 다음 어깨를 움츠리며 양팔을 뻗는다.
빈센트
줄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맞선이라도 시작하는 건가?
북쪽의 마법사들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어깨를 맞대며 이야기했다.
브래들리
방금 동작, 서쪽의 마법사 같았어.
미스라
정신이 나간 걸까요?
오웬
이상한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