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다섯 명의 일지 담당

아키라
필명이요?


파우스트
아군끼리 대화할 때도 어디에서 누가 듣고 있을지 알 수 없어. 그럴 때를 위한 비밀 이름이야.

예를 들면 밀정이라고 부르지 않고 바구니 상인이라고 부른다던가.

소극적인 제안이기는 하지만, 지휘관이라는 건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날 거야.


라스티카
그럼 일지 담당은 어떨까? 모처럼 현자님께 우리를 위한 현자의 서를 받았으니까.


브래들리
일지 담당인가. 멋은 없지만, 뭐어 됐어.

통상 임무 때와는 별개로 노바에게 접근하는 일일 때에는 내가 뒤에서 결단하면 되는 거지?


아키라
맞아요. 결단이라고 할까, 잘…….


브래들리
악단에서 지휘봉을 흔드는 것처럼 손이 가는 녀석들을 조율하라는 거지. 좋아, 해줄게.


카인
나도 전력을 다하겠지만, 오즈가 저항하면 어떻게 하면 돼?

곤혹해하는 카인의 어깨를 피가로가 껴안았다.
살짝 귓가에 속삭인다.

피가로
아서를 위해서니까 말을 들으라고 하면 돼. 아서에게는 오즈를 위해서라고 하고.


카인
그렇구나……?


브래들리
오. 또 뭔가 몰래 하는 거냐? 편하게 못 죽을 텐데.


파우스트
불길한 말을 하는 건 관둬. 현자, 나는 네로에게는 이야기할까 해.

이야기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에게는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아.


아키라
알겠어요.


브래들리
흥……. 동쪽의 녀석들은 연대가 세세해. 그래도 잘하고 있는 모양이네.


파우스트
북쪽 국가보다는.


피가로
이야기는 이상일까?


아키라
네. 제 이야기는…….


브래들리
기다려, 하나 더.

브래들리가 한 손을 들었다.
돌아보듯이 라스티카를 본다.

브래들리
무르의 연구실에 대해서야.


라스티카
무르의 연구실?


브래들리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어. 서쪽의 마법사 무르는 전 세계에 연구실을 숨기고 갖고 있다고.

<거대한 재액>에 대해서 가장 조사하고 있었던 건 그 녀석이야.

그 녀석의 연구실에는 <거대한 재액>이나 상처에 대해서 뭔가 실마리가 있을지도 몰라.


카인
그건 그렇지만, 지금 무르가 연구실의 위치를 알고 있을까?


브래들리
그 녀석은 몰라도 서쪽의 파이프 형씨라면 알지도 몰라.


라스티카
물어볼게.


브래들리
부탁한다.

이렇게, 각각의 국가 별로 지휘관이 정리해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들을 보았다.

어떤 상대든 겁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터놓으려고 하는, 성실하고 정의감이 강한 카인.

마이페이스에 느긋하지만 어떤 때에든 자신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주변에 상냥한 라스티카.

타인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하지 않지만 성실하고 지도자의 경험이 있으며 젊은 마법사들과 가까운 파우스트.

박식하고, 사려 깊고, 경험이 풍부하고, 목적을 위해 관대하고 온화한 판단도, 교활하고 냉철한 책략도 낼 수 있는 피가로.

전 도적단의 두령이며, 죄인이라고는 해도 대담한 결단력과 사람을 보는 눈이 있고 보살핌이 좋은 브래들리.

현자로서, 이 세계에 살기 위해 그들에게 배울 점이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소중한 동료들을 아무도 희생시키지 않도록.

마법사들이 한 순간이라도 공생할 수 있도록.